리터러시인사이트 제4화
소셜미디어를 하면 많은 선택을 합니다. ‘좋아요’를 누를지, 관심 있는 내용을 공유할지, 아니면 논란이 될 글을 올릴지 고민하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이 행동들 뒤에는 중요한 질문들이 숨어 있습니다. “내가 클릭한 정보는 신뢰할 만한가? 나의 게시물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을까? 주변에 잘못된 인식을 퍼뜨리는 건 아닐까?”
소셜미디어는 복잡하고도 숨은 힘을 가진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올바른 판단을 위해 어떠한 태도와 사고방식을 가져야 할까요. 고대의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개념인 ‘실천적 지혜’(프로네시스: phronēsis)는 이러한 질문에 중요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상에 올바른 선택과 행동의 균형을 강조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Ethica Nicomachea)을 통해 실천적 지혜를 가진 사람을 ‘모든 일에 있어 잘 숙고하고, 자기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자’라고 정의했습니다. 실천적 지혜는 지식을 가진 것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 상황에서 숙고하고 적절한 행동을 선택하여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다음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똑똑하다고 소문이 난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이론’, 다른 한 사람은 ‘실천’으로 불렸다. 이론은 별자리를 보며 다가올 장마를 정확히 예측할 만큼 공부가 깊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지식에 감탄했다. 실천은 이론의 장마 예측을 듣고 직접 행동에 나섰다. 사람을 모아 하천을 정비하고, 둑을 쌓았다. 그의 노력으로 장마철에도 마을에 큰 피해가 없었다. 사람들은 이론의 지식에 감탄했지만, 실제로 마을을 지킨 건 실천의 행동이었다.”
소셜미디어는 오늘날 ‘디지털 마을’입니다. 우리는 이 마을의 디지털 시민으로서 매일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립니다. 그 결정은 개인의 일상에 그치지 않고, 조직과 사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 실천적 지혜는 소셜미디어에서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이끌 힘이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Rhetorikē)을 통해 설득의 핵심 요소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① 에토스(Ethos: 신뢰와 도덕적 정체성)
② 로고스(Logos: 논리와 정보 판단)
③ 파토스(Pathos: 공감과 정서적 연결)
이 요소들은 설득의 과정에 청중의 신뢰를 얻고, 논리적이며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합니다. 주목할 점은 지금 소셜미디어 환경에 이러한 요소들이 실천적 지혜와 결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한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순히 글을 올리고 친구를 맺는 것을 넘어, 소셜미디어의 본질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역량입니다. 이는 디지털 공간에서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실천적 지혜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선택과 행동이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소셜미디어의 성격상, 실천적 지혜와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의 수사학적 요소는 소셜미디어 리터러시의 주요한 요소가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연설가의 성격과 도덕적 신뢰성을 청중에게 드러냄으로써 설득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에토스’를 제시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에토스는 신뢰 있는 정보를 특정 목적에 맞게 게시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상호작용하며, 도덕적 디지털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역할을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실천적 지혜 없이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없고, 도덕적 미덕 없이는 실천적 지혜를 지닌 사람이 될 수 없다’(6권, 13장)라고 언급합니다. 실천적 지혜와 에토스의 본질인 도덕적 정체성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를 소셜미디어 환경에 적용하면, 이용자의 올바른 행실과 일관적인 행동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꾸준히 긍정적이고 유익한 콘텐츠를 게시하고, 선한 영향력을 보이는 인플루언서는 신뢰감을 얻습니다. 자신도 도덕적 정체성을 확립합니다. 반대로 일명 특정 상품에 대한 ‘내돈내산’ 후기가 알고 보니 간접광고(PPL)이거나, 착용한 명품 일부가 가품으로 밝혀지는 등 인플루언서의 ‘도덕적 해이’는 이러한 신뢰를 훼손합니다.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콘텐츠는 곧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합니다. 신뢰와 도덕, 그리고 실천을 통해 디지털 시민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소셜미디어 리터러시의 기본 바탕이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합리적인 증거를 통해 설득하는 방법으로 ‘로고스’를 제시했습니다. 소셜미디에서 정보의 진위 판단, 논리적 근거 제시, 이성적인 설득을 담당하는 요소로, 소셜미디어 리터러시 역량과 직결됩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실천적 지혜를 지닌 사람은 숙고를 잘하고, 보통 숙고를 잘하는 사람은 행위를 통해 최선을 이룬다’(6권, 7장)라고 밝힙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로고스를 통해 올바르게 숙고하고, 실제 행동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이루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소셜미디어서 이를 설명하는 사례는 많습니다. 가령 건강정보를 보면 전문적이고, 과학적 근거 있는 건강정보도 많지만, 허위정보 역시 넘칩니다. 예로 ‘암과 양치질’이라는 제목의 글이 건강정보로 소셜미디어에 공유되고 있습니다. 구강의 세균이 암과 연계되기 때문에 양치질을 혓바닥이 빨갛게 되도록 하고, 양치 후 물 350cc 정도를 꼭 마시라는 내용입니다. 전문가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소셜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갖춘 사람은 로고스적인 숙고를 통해 정보의 출처를 조사하고, 논리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댓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통해 새로운 게시물을 소셜미디어에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팔로워나 불특정 다수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것입니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실천적 지혜를 발휘하는 실천이며, 로고스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2권 6에 따르면, ‘도덕적 미덕은 감정과 행위에서 지나침과 모자람을 피하며, 실천적 지혜에 따라 이성적으로 결정된 중용을 따르는 데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적 미덕이란 중용, 즉 감정과 행동에 적당한 균형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중요한 점은 중용이 실천적 지혜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상황을 잘 판단하여 가장 올바른 결과를 낼 수 있는 선택과 실천을 해야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서 감정을 다루는 파토스는 청중의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여 연설가에게 유리한 감정 상태로 이끄는 설득 방법입니다. 감정은 분도, 평정심, 우의, 적의, 두려움, 자신감, 수치심, 연민, 증오, 시기, 질투 등이 포함됩니다. 중요한 것은 중용입니다. 감정이 넘치면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고, 부족하면 공감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감정을 조절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행동하는 것이 실천적 지혜이자 미덕입니다.
소셜미디어 리터러시에도 이러한 관점은 유효합니다. 지나치게 감정적인 게시물은 걱정을 끼치는 것을 넘어 거부감을 줄 수 있습니다. 연예인, 스포츠 스타 또는 정치인 같은 공인의 경우 더 큰 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종종 감정적인 글을 곧바로 삭제하거나 사과하는 사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의견이 ‘감정적이다 vs 오죽하면’ 같이 나눠지기도 합니다. 반대로 감정표현이 부족하면 ‘인간적이지 않다’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나치거나 부족한 감정표현은 갈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서 적절히 중용을 유지하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달하여 성공리에 기부 캠페인을 이끄는 경우가 그 예입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초 루게릭 요양 병원을 공동 설립한 ‘션’이 생각납니다. 이러한 맥락에 “내 게시물이 타인의 감정을 자극해 긍정적인 반응이나 행동을 이끌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소셜미디어 리터러시의 의미를 환기합니다.
소셜미디어는 현대인이 가장 많이 접하는 인터넷 공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적 지혜와 수사학은 이러한 디지털 환경에 어떠한 태도와 행동을 해야 하는지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신뢰와 도덕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에토스, 정보의 진위를 분별하고 논리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로고스, 감정과 정서를 적절히 조율하여 더 큰 공감을 형성하는 파토스는 소셜미디어 리터러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통찰은 개인 차원에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사회적 책임과 긍정적 변화를 위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우리 각각은 디지털 마을의 시민으로서 실천적 지혜를 통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갈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사회적·윤리적 의미를 숙고하여, 디지털 공간에서 더욱 건강하고 의미 있는 관계와 발전적인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은 고대철학입니다. 하지만 지금 현실에도 유효하다. 우리는 실천적 지혜를 통해 올바른 선택과 변화를 이끄는 디지털 시민이 되어야 합니다.
참고문헌
연합뉴스(2021. 02. 01). [김길원의 헬스노트] 서울대 교수가 썼다는 건강정보, 알고보니 ‘가짜’. URL: https://www.yna.co.kr/view/AKR20210209138400508
D. Ross. Aristoteles Ars Rhetorica, Oxford Classical Texts. Oxford: Clarendon Press, 1959). 박문재 (역) (2020).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서울: 현대지성.
I. Bywater. Aristoteles Ethica Nicomachea, recognovit brevique adnotatione critica instruxit. Oxford Classical Texts. Oxford: Clarendon Press, 1894. 박문재 (역) (2022). <니코마코스 윤리학>. 서울: 현대지성.
*이 글은 '디지털포용뉴스'에 기고한 칼럼을 수정하였습니다.
URL: https://www.dginclusion.com/news/articleView.html?idxno=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