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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Nov 03. 2024

투신

자작시_62


어제 아침에 새가 투신했다

날개에 보라색 깃털이 달린 새 말이다

아니면 머리는 까맣고 몸통은 하얀 새였던가


새는 투신했다

근방에서 가장 큰 역 건물이었다

전철 안에서 분명히 목격했다


투신하는 새

날개를 펼치지 않고 떨어지는 새

기울어지다가 별안간 추락하는 새


떨어진 새

추락한 새

몸통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전철은 빨랐고

새가 떨어지는 속도보다도 빨랐고

멀리서 본 새의 몸은 작았다


땅에 떨어진 새를 상상한다

피를 흘리며 짓이겨진 섬뜩한 몸체를

부러져 밖으로 꺾인 다리


죽은 새를 본 적이 있다

자동차 바퀴에 목이 깔려 죽은 비둘기

눈을 감고 부리를 벌린 채로 죽은 얼굴


새는 꼭 사람처럼 죽었다

널브러진 채 미처 피할 틈새도 없이

자신이 죽음을 맞닥뜨렸는지도 모르는 얼굴


아무튼 새는 투신했다

정말 땅바닥으로 툭 떨어졌을까

그렇다면 새는 왜 떨어졌는가


왜 날개를 펼치지 않았는가

툭 떨어져서 그대로 퍽 부딪혀 죽었을까

쓰레기봉투에 담겨 화장될 시체


새에게도 넋이 있다면

영혼은 연기와 함께 불타올라 하늘로 올라

그렇게 두 번째로 고향을 누빌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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