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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Nov 05. 2023

부끄럽고 부끄럽게

자작시


삶에는 왜 이리도 부끄러움이 많은지.


나는 항상 타인의 시선 속에서 숨을 쉬고 살아가는 듯하네. 나는 나의 호흡 속에서는 도무지 살아 있을 수가 없는 듯하네.


나는 내가 아닌 남들의 눈동자 속에,

그들의 머릿속에,

그들의 입속에,

그들의 죽어가는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듯하네.


나는 타인에게 부끄러운 순간을 참을 수 없었네.

비웃음과 동정, 멸시와 외계의 것을 바라보는 듯한

그 냉랭하고도 한없이 무심하고 무신경한 시선들.


그러나 또한 그래서 더욱이 부끄러웠네.


나는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순간을 참을 수 없었네.


수치스러운 자괴감.

타인이 아닌 내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너무나 창피하네.


나는 외지의 것이 아닌데.

나는 나를 세상 그 누구보다 멀리 한 채 살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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