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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Dec 29. 2023

내 몸이 한가운데에서 폭발하는 것 같아

자작시


내 몸이 폭발하는 것 같다.


내 심장은 작은 폭탄 같다. 나약한 정신이 몸을 폭발시키기 위해 언제나 가위를 들고 나를 기다린다. 가위가 빨간 선을 썩둑 자르면 내 심장도 펑펑 터지는 것이다. 나는 곱게 죽고 싶다. 그러니 폭발해서 죽을 수는 없다. 오장육부가 징그럽게 낭자하고 뼈와 살덩이가 뭉개진 채로 죽고 싶지 않다. 상상만 해도 끔찍해. 만약 내가 그렇게 죽는다면 나의 부모님은 어떻게 나를 떠나보낼까. 그러므로 내 심장은 터져서는 안 된다. 나의 흐리멍덩하고 메스꺼운 정신이 몸으로 흘러오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그러나 그 또한 불가능하다. 나의 머리와 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가위는 내 몸의 빨간 선을 절단해 버릴 수 있다.


나는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한다. 저 사람들은 몸이 한가운데에서 펑펑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을 알까. 갑자기 요동치는 위와 먹은 것 없이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 같은 속이 정신의 문제인지 몸의 문제인지 고민한 적이 있을까. 저들의 마음은 나처럼 빨간 선이 죽죽 그어지지 않았을까. 저 사람들의 몸에도 폭발을 준비하는 폭탄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나는 나를 탓한다. 내 몸이 한가운데에서 폭발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폭발하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러므로 내가 남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


나는 아무래도 전하고 싶었다.


내 몸이 한가운데에서 폭발하는 것 같아. 갑자기 펑, 터질 것 같아. 나의 육신은 산산조각이 나고 나의 보이지 않는 조그맣고 느긋한 영혼은 연기와 함께 훨훨 날아가 바람을 타고 영원히 흩어지겠지.


나는 세상 한가운데에서 폭발할 것 같다.


그러나 아무도 나의 거대한 폭발을 보지 못할 것이다. 내 혼과 넋과 기억이 뒤섞인 연기는 아무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여전히, 폭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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