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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Jan 15. 2024

푸른 심장의 인간

자작시


심장이 푸른 인간은 어째서인지 외롭다.

그들은 소외되고, 배척되고, 밀려나고, 자리를 잃는다.


심장이 붉은 인간은 심장이 푸른 인간을 바라보지 않는다.

심장이 붉은 인간은 심장이 푸른 인간을 소외시키고, 배척하고, 밀어버리고, 자리를 빼앗는다. 심장이 붉은 인간들은 자신이 누리는 모든 것들이 심장이 푸른 인간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른다. 또는 알고도 모른 척한다. 심장이 붉은 인간은 심장이 푸르지 않으니까. 이유도 모른 소외되거나 배척되거나 밀려나거나 자리를 잃지 않으니까.


심장이 푸른 인간은 심장이 붉은 인간에게 묻는다.

나는 어째서 심장이 푸르다는 이유로 아파야 하는 거지?


심장이 붉은 인간이 심장이 푸른 인간에게 말한다.

그야 당연하지. 넌 심장이 푸른색이니까. 그건 잘못이 아니어도 죄가 되니까.


심장이 푸른 인간렇게 태어나고 싶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태어나 보니 심장이 푸른 인간이었고, 소외되고 배척되고 밀려나고 자리를 잃으면서도 심장이 붉은 인간은 되고 싶지 않았으므로, 계속 심장이 푸른색으로 뛰는 인간으로 살기로 했다.


심장이 푸른 인간은 생각했다.

나는 내 심장을 사랑하는가. 나는 심장이 푸르다는 이유로 심장이 붉은 인간들이 당연하게 거머쥐는 것들을 손에 넣지 못하는데. 설령 붙잡았다고 해도 불안에 떨며 주위를 살피고 내가 심장이 푸른 인간으로 태어난 현실을 원망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나는 내 심장을 사랑하나. 사랑할 수 있나.


심장이 푸른 인간은 어째서인지 외로웠다.

푸른 심장은 붉어지지 않는다. 심장이 붉은 인간이 된다고 해도 심장이 푸른 인간은 붉어진 심장을 사랑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심장은 완전히 붉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심장은 푸른색과 붉은색이 뒤섞여 보라색이 되고, 심장이 푸른 인간은 푸른색도 붉은색도 아닌 심장을 가지고 푸른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 눈물은 심장이 붉은 인간보다 뜨거울 것이다.


심장이 푸른 인간은 외로운 심장을 끌어안고 계속 살아가기로 한다.

심장이 붉은 인간들이 평생 알 수 없는 심장이 푸른 인간들의 마음이 있다. 심장이 붉은 인간들은 평생 심장이 푸른 인간들이 볼 수 있는 무언가를 볼 수 없다. 아름다운 달빛이 푸르게 빛나는 세상에서 심장이 푸른 인간은 자신의 푸른 심장도 사랑할 수 있다.


심장이 푸른 인간은 푸른색으로 빛나는 자신의 세계를 사랑하기로 한다.


그것이 푸른 심장의 인간이 남기는, 자신의 유일하고 위대한 심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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