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야사 Apr 13. 2024

하루 기록_621

2024.04.12(금)


우울한 하루다. 퇴근길 내내 마음이 뒤숭숭하고 무거웠다. 퇴근 한 시간 전에 갑자기 급한 업무가 여러 개 쏟아졌고, 정신없이 일을 처리하는 와중 실수를 저질러서 꾸중을 듣기도 했다. 급한 일이라면 일찍 말해줘야 하는데 그걸 지키지 않는 거래처가 많다. 물론 거래처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다들 바쁘게 일하겠지만, 그걸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나에게도 어느 정도의 여유는 있어야 하지 않은가.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것과 내면이 차분하고 섬세하게 안정되어 있는 건 다르다. 나는 겉보기에는 조용해도 속마음은 매번 시끄러워서 뭔가가 급하다고 달려오면 나까지 허둥지둥거리는 사람이다. 사람이 미워지는 순간은 많지만 타인을 향한 원망은 결국 내 마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그냥 우울한 상태로 집에 돌아와 내내 기운이 없었다.


저녁을 먹고 운동을 하고 독서 감상문을 쓰다 보니 하루가 금방 갔다. 침대에 누워서도 바로 잠들지 못하고 자정이 넘어서까지 뒤척거렸다. 자주 우울해지는 사람은 그 우울감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어떻게 해소해야 좋을지 조금은 안다. 나는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 어지러웠던 마음이 가라앉으면 무거웠던 기분을 글로 쓰거나 가만히 생각하며 정리한다. 몸을 격하게 움직이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은 되지만, 운동은 더 우울해지기 않기 위한 방법이고 딱히 활기가 돌아오지는 않는다. 어쨌든 운동은 해야 하는 일이므로 한다.


전문대에서 전공 심화를 선택한 형제가 마침내 일자리를 구했다. 나인 투 식스를 실천하는 정규직 사원은 아니고, 집에서 가까운 아동 돌봄 센터에서 오후 동안 근무하는 국가 근로라고 한다.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요리 프로그램에 아이디어가 부족한 상태여서 형제가 쿠키는 어떠냐고 했더니 ― 형제는 현장실습 때 초등학교 앞에 있는 작은 아동 돌봄 센터에 다녔는데, 그곳에서 사비로 쿠키 만들기 실습을 했었다. ― 직원들이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덕분에 집에 있는 작은 오븐을 들고 가야 한다는 웃픈 이야기도 들었다.


다음 달에 월급을 받으면 나와 돈을 모아서 트레드밀을 하나 사기로 했다. 운동기구는 몹시 비싸다. 트레드밀은 싼 제품도 20만 원을 호가하기에 한 번에 지르기엔 무리가 있다. 집이 점점 간이 헬스장처럼 변한다. 걷고 뛰는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 들었기에 트레드밀은 내내 사고 싶었던 운동기구다. 다음 달이 되면 나는 운동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 기록_62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