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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Apr 21. 2024

하루 기록_628

2024.04.19(금)


오늘은 분노할 일이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매거진 '나름대로 살아가는 삶'에 적어 두었다. 분노라는 단어는 생각하기만 해도 마음이 불편하다.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 온 것도, 정작 제대로 화를 내지 못해서 속으로만 분노와 원망을 삭이는 일도, 필요 이상으로 짜증을 표출하며 마음을 더부룩하게 만드는 일도. 웬만하면 분노라는 감정은 내 인생에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나는 나의 화를 어떻게 다스리고 가라앉히면 좋을지 우울한 마음으로 고민한다.


책은 꾸준히 읽고 있지만 정작 글에는 소홀하다. 사실 노트북을 켜고 키보드 자판에 손가락을 올리는 순간 뇌가 뻣뻣하게 굳어버리는 느낌이다.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싶은지 모른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걸까. 사실 글은 구태여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지 말고 흐르는 대로 써야 좋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래야만 막히지 않고 트인 글이 나온다. ― 물론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하는 글도 다른 책을 읽다 보면 형편없는 문장의 나열이 되지만. ― 오히려 생각할수록 내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밖으로 말려 삐져나가는 기분이랄까.


회사에서 보낸 하루는 무난했다. 하지만 여전히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오전 7시 50분에 나간 집을 오후 6시 30분이 되어서야 들어올 수 있다는 게. 나는 직무상 정시 퇴근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다는 행운을 겹쳐도 마찬가지다. 나보다 훨씬 늦게 퇴근해서 한밤중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나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 설령 나보다 월급이 배로 많을지라도 ―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을 떠올리면 구태여 누구의 처지가 더 불쌍한가 생각하지 않게 된다. 돈도 많이 벌고 여가 시간도 충분히 즐기는 고위 임원들. 그들의 삶과 나의 삶에 행복도를 매긴다면 과연 누가 더 높을까. 쓸데없는 상상을 한다. 그들의 행복과 나의 행복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걸 알기에 그 생각에 매달리지 않을 수 있었다.




어떻게 일주일에 다섯 번, 하루 여덟 시간 회사에 들어가 일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지 내가 이해했다면, 더 균형 없는 곳과의 비교를 통한 강제 이해 말고 진정 나의 마음속으로 저 문장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좋았을 텐데.


- 신이인 著, <이듬해 봄> '백육십팔 시간의 삶'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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