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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Apr 22. 2024

하루 기록_629

2024.04.20(토)


아침부터 날이 흐렸고 비가 내렸다. 집안일을 하고 경건하게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는 중이었고 우산을 쓴 채 중랑천을 향해 걸었다. 이사를 하고 중랑천이 훨씬 가까워져서 좋다. 가벼운 산책으로 잠시 나갔다 들어오기 편해졌으니까.


비가 내려서인지 주말인데도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는 가로수길 중간에 마련된 벤치에 앉았다. 항상 임자가 있는 흔들의자는 위에 둥글고 넓은 가림막이 있어서 다른 벤치와 달리 젖지 않은 상태였고, 그곳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면서 <이듬해 봄>을 읽었다. 비가 내릴 때 중랑천에 온 것은 처음이었고 비가 내릴 때 바깥에서 책을 읽는 것도 처음이었다. 꽤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그랬다. 이따금 뒤에서 산책로를 지나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와 걸음 소리가 들렸고 빗소리는 끊이지 않고 가득했다. 간식으로 가져간 쌀과자를 먹고 물을 마시면서 책을 읽다가 저 멀리 하천을 보며 멍때리기를 반복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다시 문학을 사랑한다면>을 읽었고 침대에 잠깐 누워 있기도 했다. 주말의 평온함이란. 토요일은 운동을 쉬는 날이라 더욱 시간이 많았다. 느긋한 주말의 단 맛을 실컷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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