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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Apr 23. 2024

하루 기록_630

2024.04.21(일)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하루가 참 긴데 막상 무언가를 하기에는 짧다. 평일마다 주말에는 꼭 해야지 싶은 일도 정작 주말이 되면 미뤄버리기 일쑤. 예전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아직 나는 여전히 게으른 사람이다. 변한 점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다는 점인데, 사실 이건 그다지 이롭지 못한 변화이고 나는 분명 게으르지는 않되 여유로운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 참 어려운 장래 희망이다.


꽤 예전에 형제가 내게 사다 준 원고지에 시를 쓰기 시작했다. 노트북이 아닌 공책, 그것도 원고지에다가 시를 쓰는 건 처음이고 그래서인지 마치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써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러나 특별한 재능도 이렇다 할 배움도 없는 나는 그냥 떠오르는 문장들을 칸마다 하나씩 적어갔다. 앞으로 하루에 한 편씩 시를 쓸 생각이다. 원고지가 다 채워지면 그 안에 끄적인 시들이 언젠가 또 시집으로 탄생할지도 모른다. 부크크에서 개인 출판한 시집도 한 권이 채 팔리지 않았으니 앞으로 내는 시집도 그런 결말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문득 가수 윤하의 <Black Hole>이 떠올랐다. 결말을 먼저 봐 버린 이야긴 아무도 관심 없는 책과 같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벅차오른다. 눈이 멀게 빛나는 블랙홀.


다시 회사에서 일하며 힘겹게 보낼 한 주가 벌써부터 막막하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고 이겨낼 수 있는 시간이기에 열심히 뛸 준비를 한다. 천천히 무리하지 말고 달리다 보면 결승점이 금세 눈앞에 와 있겠지. 산다는 것은 출발점과 도착점을 계속 맞닥뜨리며 전보다 조금 더 많이 달리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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