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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Apr 27. 2024

하루 기록_635

2024.04.26(금)


마음이 어수선한 날이다. 나는 혼자 보는 일기에도 좀처럼 속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지 못하는 편인데, 여기에서는 더욱 그럴 수 없으니 과연 언젠가의 내가 이 글을 보면 마음이 어수선한 이유를 알게 될까. 몰라도 큰 상관은 없다. 때로는 어지럽고 우울한 마음을 끌어안아야 하는 날도 있으니까. 슬픔은 슬픔 대로, 외로움은 외로움 대로 흘러가는 날.


외식을 했다. 고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가장 좋아하는 고기는 대패 삼겹살과 닭고기. 닭은 백숙도 치킨도 좋아한다. 많이 먹지는 못하지만. 그래서 나는 병아리를 키우지 못한다. 언젠가 병아리가 부화기 속에서 알을 깨고 나오는 장면을 보고 싶지만 ― 시골에서는 여러 번 봤었다. ― 병아리를 키워 보고 싶다는 사람이 닭을 먹으면 안 되는 일이니까. 그리고 병아리를 닭이 될 때까지 건강하게 키우려면 적어도 도시는 불가능하다. 맑은 공기와 넓은 마당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분명 그 닭이 죽으면 먹지 못할 것이다. 반려동물보다는 가축으로 분류되는 동물의 사체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그런 걸 생각하다 보면 나는 무언가를 기르거나 함께 살 양반은 되지 못한다는 걸 생각하게 된다.


운동은 평소보다 1시간 늦게 했다. 빈둥거리고 싶지만 빈둥거리다 보면 몸이 답답한 느낌이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겨울왕국을 봤다. 이미 옛날에 영화관에서 봤지만 왠지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봐야 더 재미있는 작품이 많다. 모든 게 아롱아롱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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