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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Jun 23. 2024

하루 기록_691

2024.06.21(금)


마음이 어수선한 날이 있다. 호된 꾸중을 들은 날도 아니고 딱히 이렇다 할 사건은 없었지만, 그냥 기분이 평소보다 가라앉은 채 출렁거리는 듯한 날이 있는데, 몸 상태의 영향도 있겠지마는 과거에 대한 후회나 수치심, 또는 미래를 향한 불안이나 불만 따위가 시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처럼 내 머릿속에도 감정 본부가 존재한다면 아마 불안이, 불만이, 걱정이, 귀찮이, 고찰이, 자멸이, 우울이 따위가 있을 것이다. 걔네들이 종일 내 속에서 치고받고 싸우고 난리를 친다. 하지만 그 감정들도 어쨌든 모두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면… 조금은 뭉클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 주말에는 시골에 있는 조부모님 댁에 내려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외가댁이 아니다. 엄마의 본가는 어린 시절부터 방학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갔지만, 아빠의 본가는 자주 들르는 편은 아니다. 집안 사정이 있기도 하고 아빠도 당신 부모님이 계신 본가에 내려가기를 썩 내켜하지 않는 편이라서. 하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주인 우리를 항상 보고 싶어 하시고, 이번에는 부모님 없이 나와 형제들만 가기로 했다. 어찌어찌 일정을 잡았다. 그것 때문에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편안한 곳은 아니니까. 그래도 일 년에 한두 번 뵐까 말까 하는 조부모님께 얼굴 비추러 가는 걸 귀찮아하는 것도 도리는 아닐 것이다.


배우 겸 싱어송라이터 김창완의 에세이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를 이북으로 완독했다. 내용이 꽤 좋아서 월급을 받으면 실물 책으로도 하나 살 예정이다. 읽어야 할 책은 많고 책장은 점점 꽉 차고 있다. 이러다가 정말 나중에 이사할 때는 이삿짐센터에 웃돈을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책은 아주 무거운 물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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