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드문 시골 마을. 십 년 후에는 동네가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주민은 적고, 그마저도 할머니 또래의 노인분들이 전부다. 엄마가 어린 시절만 해도 동네에 사는 아이만 백 명이 넘었고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없는 날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은 조부모님을 찾아 며칠 들렀다가 가는 아이들 뿐이다. 언젠가는 온 나라가 도시로 개발되는 게 아닌가 싶다.
날씨는 오락가락했다. 비가 내리다가 해가 뜨나 싶더니, 다시 무섭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서효인 시인의 산문 <좋음과 슬픔 사이>를 하루 만에 완독했다. 생각보다 진도가 빨랐다.
할머니댁에 오면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훨씬 줄어든다. 엄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혼자 사시는 할머니와 이야기하기 바쁘다. 매일 전화를 하는데도 직접 만나면 풀어낼 보따리가 많은 것이다. 몸이 멀어져도 마음은 멀어지지 않을 수 있다. 매일 생각하고 연락하고, 이따금 찾아가 마음을 나누면 된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걸 잘 해내는 엄마와 이모들이 항상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