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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Jul 07. 2024

하루 기록_706

2024.07.06(토)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날씨는 후덥지근했다. 허공에 물이 차 있는 기분이었다. 경전철을 타고 시내에 가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분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영풍문고에서 최진영 작가의 소설 <오로라>와 유선 노트 두 권을 사 왔다. 에스컬레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이동하느라 더 많이 더위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미용실에는 미용사가 상당히 많았고 대기 인원이 있어서 1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미용사분은 상당히 유쾌한 분이셨는데, 숭덩 자른 내 머리카락을 보여주며 "고객님 머리카락이에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허허 웃기만 했다.


몇 년 만에 영어 공부를, 그것도 독학으로 하려니 여간 머리가 아픈 게 아니다. 열심히 단어를 정리하고 문법을 기초부터 하나씩 메모했다. 일반동사의 부정문, be동사와 명사의 결합, be동사를 이용한 의문문, be동사를 이용한 의문문의 대답, 의문사로 시작하는 의문문…. 머리가 아프다. 문법과 독해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은 한국 영어 공부의 특성인 걸까? 그래도 어쨌든, 그동안 줄곧 생각만 하다가 그나마 공부를 시작한 느낌이라서 기분은 좋다. 성취의 기쁨이랄까. 어쨌든 목표는 영어 동화책 하나 스스로 독해하기. 원어민 수준의 회화 따위는 꿈도 꾸지 않는다. 아무래도 영어권 나라는 평생 가지 못할 듯싶다.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너무 한낮의 연애>의 두 번째 단편을 읽었고, 다이어리에도 적었다. 다이어리는 보통 일기장과는 조금 달라서, 하루를 더 세밀하게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나도 내가 이렇게 다이어리를 꾸준히 잘 쓸 줄은 몰랐다. 이제 고작 닷새 쓴 게 전부지만, 웬만하면 한 달을 빠지지 않고 채울 것이다. 때로는 무의미하게 증발하는 하루도, 머릿속에서 완전히 증발하는 하루도 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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