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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Jul 21. 2024

지구별 심장

자작시_52


이쪽 지구에서는 차가운 노을이 진다

뭉근하게 데운 밥 위에 차가운 반찬을 얹어 먹고

허기가 가시고 문득 눕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창문을 열면 나의 검은 동공은 푸른색으로 빛났다

저쪽 지구에서는 따뜻한 노을이 진단다

지평선 너머가 불타는 것처럼 이글거린단다

보랏빛 하늘 위로 세 마리의 새가 나란히 날아갔다

나의 배 속은 여전히 뜨끈하다 쌀알이 모여 이루듯이

발끝에 증발하지 못한 빗물이 고여 웅덩이를 이루었을 때

별이 폭발한다면 아마도 이런 빛이지 않을까 생각했고

미지근한 바람은 머리카락을 무심하게 툭 치고 지나간다

내 심장은 본 적이 없어 사실 존재를 믿지 못하기도 하고

뛰는 것이 정말 심장일까 싶기도 해서

차라리 몸에 흐르는 피도 저만큼 차가운 색이었으면 좋겠다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저쪽 지구를 다시 떠올렸을 무렵

별안간 몸이 뜨거워지고 여전히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하듯

맥박이 뛰고 피가 돌았다 푸른빛 노을 앞에서

어둠이 조심스럽게 먹어 잠겨드는 차가운 하늘을 보다가

문득 따뜻한 노을을 보고 싶다는 마음을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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