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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유정 Mar 04. 2023

이번 목표는 '끝까지' 입니다.

시작이 쉬운 사람 vs 끝까지 가는 사람

사람은 두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작이 쉬운 사람과 어려운 사람.


나는 시작이 쉬운 사람이다. 무언가를 새로 배우거나 경험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일단 해보고 싶은게 생기면 꼭 해보는 편이다. 나의 경우 여행이나 외부 활동보다는 혼자할 수 있는 활동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그래서인지 온라인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경험하고 시도해본 것 같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전자책, 브런치 등등. 이것뿐이냐. 창업에 관심이 생겨서 느닷없이 스타트업에 취업하고, 운동도 웨이트, 복싱, 수영, 폴댄스, 웨이크보드, 스노우보드, 스킨스쿠버까지 궁금하면 한 번씩 해보고 짧게는 한두달에서 길게는 몇년을 하는 것 같다.  


시작이 쉬운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 '호기심'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난 내가 예전부터 워낙 말을 잘 듣는 성격이라 호기심과는 동떨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안보이는데서 그렇게 헛짓거리를 많이 했다. 일단 궁금하면 미래는 어떻게든 되겠지하며 뛰어드는 약간의 무모함.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현재의 궁금증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여 앞 일을 생각하지 않고 뛰어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시작이 쉬운 사람의 장점은 다양한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에 또 다른 시도를 할 때 두려움이 더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다양한 경험들이 축적되어 결이 비슷한 일을 하게 되는 경우 이전의 경험을 이용해 실력이 훨씬 빠르게 는다는 것이다. 



사진: Unsplash의Clemens van Lay



이렇게 길게 서론을 쓴 이유는 결국 나는 이번에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단순 호기심만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어쨌든 호기심이 절반의 작용을 했다. 바로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을 업으로 삼을지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고민했다. 나에게는 4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첫째 글 쓰는 일로 프리랜서하기. 둘째 기존 업무로 재취업하기. 셋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전향하기. 넷째 개발자로 취업하기이다. 그 중에서 나는 네번째 개발자로 취업하기를 선택했는데 그 이유가 다른 세가지 선택안은 내가 일을 그만두거나 회사를 다니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고,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개발자의 경우 내가 지금 이 공부를 해서 일을 해보지 않으면 영영 못해볼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고 미련에 남을 것만 같은 기분. 거기에 플러스로 내가 이제까지 어떤 일을 잘 했는지 생각해 봤을 때 프로그래머가 적성에 잘 맞을 거라는 생각을 했고, 어느정도 확신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다. 정말이지 나의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사진: Unsplash의Nadine Shaabana



그렇다면 시작이 쉬운 사람의 단점은 뭐가 있을까. 

바로 '끝까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만 그런가...?)


나의 20대를 돌이켜 봤을 때 가장 후회한 일이 5년 이상 꾸준하게, 끝까지 해본 게 없다는 것이다. 블로그도 2년 정도 열심히 하다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하게 되면서 뜸해졌고, 운동도 복싱 3년, 지금 하고 있는 웨이트도 이제 2년차다. 일도 그렇다. 품질관리 업무를 2년 6개월만에 그만두고 스타트업에서 내가 원하진 않았지만 3년 좀 넘게 일하다 그만두게 되었다. 


만약 내가 품질관리 업무를 지금까지 계속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일을 계속 잘 했다면 그래도 지금은 연봉도 더 받고 더 대우가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업무 능력도 그만큼 많이 쌓지 않았을까?


최근에 김미경 작가님이 쓴 '김미경의 마흔 수업'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런 말이 나오더라. 


어떤 일이든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동안 사람들이 보기에는 내가 이룬게 보잘것 없을 것이다. 도대체 뭐 하고 다니는 거냐고, 뭐하나 제대로 되어가는 게 있냐며 또 다시 나를 끌어내릴 수 있다. 그래도 이 시간을 견뎌야 한다.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강단과 확신이 필요한 일이다. 타인에게 보여주려고 빨리 결과를 내는 데 집착하지 말고, 처음부터 단단히 마음먹고 내 길을 가야 한다. -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작가님도 29살에 강사 일을 시작해서 40대가 되어서야 유명해졌고, 50대가 되어서야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시간의 힘을 무시하고 살았던 것 같다. 뭐든지 끝까지 꾸준히 하는 사람은 결국 이길 수가 없는데. 


그래서 한 번 생각해보았다.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찾을까?" 

시도를 많이 하는 것이다. 


"어라? 이건 난데?" 

그래. 이제 내가 할 일은 끝까지 하는 것이구나. 이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번 나의 목표는 바로 '끝까지'이다. 하나에 집중해서 끝까지 하는 것. (여기서 하나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커리어를 쌓고 40대 이후에는 내 회사를 차리는 것. 


그렇게 나의 목표가 정해졌고, 나는 지금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려 이제 막 시동을 걸었다. 앞으로 약 1년간 준비 후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힘들 때마다 아래의 글을 보면서 힘을 내고자 한다. 아래 인용구는 김혜남 선생님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하지만 버틴다는 것은 그저 말없이 순종만하는 수동적인 상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 누워서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게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버틴다는 것은 내적으로는 들끓어오르는 분노나 모멸감, 부당함 등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하고, 외부에서 주어진 기대 행동에 나를 맞추면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하는 매우 역동적이면서 힘든 과정이다. 그래서 버틴다는 것은 기다림이라 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아내는 것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오늘 부단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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