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유정 Feb 16. 2023

나는 비자발적 퇴사자입니다.

스스로에게 전하는 위로의 말


2023년 1월 어느날 저녁

나는 회사로부터 퇴사 통보를 받았다.



경영 악화로 인한 정리해고



내가 다니던 회사는 스타트업으로 초기 자본이 많지 않았고 각종 정부지원사업과 대출을 받아 꾸역꾸역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창업 후 4년 차가 된 2023년, 스타트업계의 첫 번째 고비, 소위 말하는 데쓰밸리를 우리 회사 또한 이겨내지 못했다. 퇴직금을 챙겨줄 수 있을 때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게 대표의 생각이었고, 나도 이에 동의하여 통보를 받은 후 일주일간 인수인계를 하고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하였다.



사진: Unsplash의 Carter Baran


사실 이러한 회사의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터라 퇴사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하긴 했다.

그래도 내가 생각했던 남은 기간은 3개월 정도였는데,



일주일 후 퇴사라니!!



매월 1일 안정적으로 받던 월급이 다음주면 사라진다는 생각. 3년 하고도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는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과 자괴감,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통보를 받은 날 그리고 그다음 날까지 나는 한숨과 눈물로 이틀을 보냈다. (나름 멘탈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직장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은 사람의 마음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고통의 이틀이 지나자 "그래 오히려 잘 됐어. 이왕 이렇게 된 거 앞으로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라는 조금은 희망에 찬 생각을 품으며 또 이틀을 보냈고, 다시 "나 앞으로 뭐해먹고살지. 난 지금까지 뭘 한 걸까"하는 우울한 생각으로 그다음 5일을 보냈다. 이걸 할까 저걸 할까 하루에도 수십 번도 넘게 바뀌는 생각과 함께 일주일간 인수인계를 마치고,



나는 출근하지 않는 자가 되었다.  




이제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거래업체와의 트러블에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되고, 마감에 치여 급하게 일하지 않아도 된다. 자의는 아니지만 늦잠을 잘 수 있게 되었고, 보고 싶었던 책과 드라마, 영화를 실컷 볼 수 있게 되었다.


분명 퇴사를 생각하기 전에는 딱 한 달만 내가 읽고 싶었던 책들, 내가 공부하고 싶었던 것들을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생각했는데 정작 시간이 많아진 지금, 불안과 걱정으로 어느 것에도 집중하지 못한다.


회사라는 존재가 주는 안정감이 이토록 컸던가? 



사진: Unsplash의 Sorin Gheorghita



직장도, 애인도, 돈도 없는 31살의 나

회사에서 벗어난 나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그래. 마음껏 불안해하자.
그리고 생각하자.
지금이 아니면 언제 생각해 보겠니?



조급해하지도 말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도 말고 그저 나의 가치와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에 맞게 선택하자. 천천히 그러나 올바른 방향으로 생각하고 결정하자. 그러고 나서 앞으로의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 읽고 쓰고 익히고 행동하자.


불안하지만 지금의 현실이 앞으로의 나를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다른 사람은 경험할 수 없는 나만이 겪을 수 있는 시간들. 불안하지만 이 시간을 귀하게 여겨보자.



그러니 느려도 괜찮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