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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 Apr 03. 2024

적당한 포기...... 포기할 수 있는 용기


 정신없이 지나갔던 코로나 시대를 뒤로 하고 아이는 그렇게 자라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다.




둘째 아이를 낳고 너무 아파서 정신없이 지나갔던 3년의 세월이 지나고


이제야 비로소 둘째  아이도 예뻐 보이고 정신없는 엄마를 많이 이해해 줬던


큰 아이가 부쩍 자란 모습도 눈에 보인다.




예전에 큰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면서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해서


주중에 낮시간을 활용해서 집 근처 대형 서점을 많이 갔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육아서, 에세이, 소설책, 부동산 관련서적 그리고 아이 문제집 등 여러 가지를


들춰 보곤 했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소아과전문의가 쓴 책이었는데


'공부감정'이라는 책이었다. 지금도 방송에 많이 등장하면서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소아과 전문의로 유명한 분이신데 책도 썼구나 생각이 들었다.




'공부감정'이라......


공부하는데 감정이 들어간다는 말이지 그렇지 감정이 들어가겠지......


쉽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야 공부도 잘되고 그래야지 능률도 오르고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여러 가지 사례들과


힘들어하는 엄마와 아이의 이야기 그리고 책을 쓴 전문의 선생님의


자녀 이야기까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공부를 잘하던 모범생 아들이 어느 날 공부에서 손을 놓게 되었고


다급해진 엄마는 아이와 함께 병원 상담 클리닉을 찾은 이야기였다.




여러 가지 검사와 상담을 끝낸 후


선생님은 아이에게 적당한 휴식과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야기를 했고, 그리고 어머님이 큰 결심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어머님이 용기를 내셔야 합니다."


"제가 무슨 용기를 내야 하죠?"


"내 아들이 명문대에 못 갈 수 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용기요."




이 말과 함께 그 어머니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자신의 삶도 잃어버린 채 아이를 챙기면서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고


그저 좋은 대학 가서 인정받는 삶으로 살기만을 바란 건데


그게 뭐 그리 큰 욕심이냐고 울부짖으며 한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를 키워보니 정말 그건 크나 큰 욕심이었다.


나 역시도 그렇게 욕심을 부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조금만 더 내가 잡아주면 조금만 더 챙겨주면 조금만 더 시키면


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조금만 더 조금만 더가 아이에게는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게


느껴졌을지 이제 알 거 같다.


그 조금만 더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끝이 없는 블랙홀 같으니 말이다.




아이를 키우며 드는 생각은 적당히 포기하고


적당히 인내하고, 적당히 참아주고


그렇게 키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분명 나와는 다른 독립된 인격체인걸 알고는 있지만


뻔히 알고 있는 이 사실을 왜 이렇게 받아들이기 힘든지


매일 아침, 그리고 한주를 시작하면서 다짐하고 있지만


받아들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이제 머리가 커지면서 내 생각이란 것도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아이의 마음도 이해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엄마는 조급하지 않은 척하며


너를 믿고 있다고 연기를 하면서 조금씩 개입을 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조금씩 내 품에서 멀어져서


스스로 독립을 하고 잘 개척해 나 갈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만 할 뿐, 부모는 그 이상의 개입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한다.




오늘도 그 다짐을 한다.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조력자가 될 뿐이다.




그리고 적당한 포기를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더 나은 조력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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