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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SA Mar 02. 2017

#9. 전업주부가 아닌 워킹맘을 선택한 이유

가정 경제의 주축

주변 지인들이 나에게 직장을 다니면서 어떻게 쌍둥이를 키우는지 궁금해 하면서 대단하다는 말을 곧잘 한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 힘들지만 친정 어머니와 어린이 집의 도움으로 간신히 워킹맘 노릇을 하고 있다.




출산 휴가 기간에 몸을 추스리고 있을 때 남편을 제외한 모든 식구들이, 특히 시부모님께서 직장을 관두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남편을 내조 하기를 바라셨다. 결혼 생활 내내 쉬지않고 일한 내가 안쓰러워서 그런 것도 있었고 젖멎이 아이들은 당연히 엄마가 주도적으로 돌봐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아이들을 두고 직장에 나가는 것이 영 맘이 불편했지만 집에서 온종일 아이들을 돌볼 자신이 없어서 직장에 나가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직장에 복귀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태어난지 얼마 안됐을 때 경기 불황으로 남편이 직장을 잃었기 때문이다. 1년치 위로금과 퇴직금을 받아서 당분간은 사는데 큰 지장은 없었지만 불안한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잘 풀릴거란 희망을 갖기에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너무 불안했다.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피고 돌보는 위대한 어머니 상에 비춰본다면 나는 불량엄마에 가까운 편이지만 가정 경제를 위해서 회사에 복귀했고 태어난지 2달밖에 안된 아이들은 친정어머니와 베이비시터의 도움으로 회사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낳고 2 만에 직장에 복귀 했을  주변에서 쌍둥이 낳았는데 왜 2달만 쉬고 복귀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현행범상 쌍둥이를 낳을 경우 4개월의 출산휴가가 주어진다. 그런데 나의 경우 임신을 확인하고 바로 1개월을 사용했고 (이전에 유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임신 초기에 무조건 조심하고 싶었다.) 임신 31주 때 조산기가 심해서 출산하기 전에 1개월을 더 쉬었다. 


그리고 육아휴직을 왜 사용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출산휴가만 사용하고 바로 복직한 가장 큰 이유는 쉬는 동안 우리 회사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났고 오래 쉬면 내 책상도 없어질 거란 불안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남편이 백수였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내가 직장을 다니는 동안 백수 남편이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친정어머니와 베이비시터가 아이들 육아를 도맡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나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내가 직장에 복귀할때 쯤 남편에게 전업 주부로 사는 것을 권유했지만 남편은 딱 잘라 거절했다. 


지금 생각해도 남편의 거절 이유가 웃기지만 당시 거절 이유가,

첫번째는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정말 기뻤지만 아이들의 징징거림과 울음소리를 이렇게 못참는지 새삼 몰랐다면서 죽어도 집에서 온종일 아이들을 돌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두번째는 직장 다니는 내내 너무 힘들어서 고생을 했기 때문에 좀 쉬고 싶다는 말과 함께 1년치 위로금을 받았으니 당분간 쉬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세번째는 시부모님께서도 남편이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전업주부로 사는 모습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아버님께서 하시는 사업에 남편이 도와주기 시작하면서 작은 금액이지만 생활비에 보태라고 돈을 보내주셨다.


여차저차 직장에 복귀한지 2달 정도 되었을 때 다행스럽게도 남편은 경력을 살려서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했고 현재까지 남편도 나도 직장을 잘 다니고 있다.  




직장에 복귀한지 3개월 정도 지났을까, 어머니가 하루종일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너무 힘들어해서 생후 5개월 된 아이들을 어린이 집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1년 정도 집에서 키우고 나서 보내려고 했지만 종일 집안에 갇혀서 아이들 돌보는 것을 힘들어 했던 어머니의 상황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기존에 고용된 베이비시터에게 혼자서 아이들을 돌보게 하는 것을 고려했지만, 그 분은 원래 본인 직업이 있었던 데다가 어머니의 서브 역할이었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아이들을 다루는 능력이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전문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려고 했으나 생후 5개월 된 쌍둥이를 돌보겠다고 나서는 베이비시터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쩔수 없이 앞뒤 가리지 않고 우리 아이들을 맡아줄 수 있는 어린이 집을 찾기 위해서 꽤 노력한 끝에 한 가정 어린이 집에서 우리 아이들을 맡아줄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뉴스에서 종종 보도대는 어린이 집 학대사건을 접한 적이 많았기 때문에 과연 아이들을 어린이 집에 보내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스럽고 걱정했지만 아무도 없는 집에 베이비시터에게만 맡기는 것보다 시스템이 갖춰진 어린이 집에 아이들을 맡기는 것이 덜 불안할 것 같아서 핏덩이 같은 아이들을 어린이 집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이 어린이 집에 등원한 첫날 내심 많이 불안하고 걱정스러웠지만 감사하게도 좋은 담임 선생님을 만나서 아이들은 거의 완벽하게 적응을 했고 같은 반 친구도 착한 아이라 우리 아이들과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쌍둥이 워킹맘으로 지낸지 1년 정도 되자 이제 간신히 이런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밤에 아이들 수유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자고 출근하는 날이 부지기수였고 퇴근 이후에는 어머니와 바톤 터치하고 독박육아 하느라 힘들지만 어쨌든 아직까지 큰 잡음 없이 잘 견뎌내고 있다.


어머니는 내가 돌아오면 바로 운동하러 체육관에 가시고 남편은 퇴근 시간이 워낙 늦기 때문에 퇴근 이후에 기본적으로 아이들 육아는 오롯이 나의 몫이 되었다.

(감사하게도 우리 회사는 직장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상대적으로 정시 퇴근이 가능한 편이다.)


여전히 힘들고 어려움이 많지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워킹맘의 일상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즐긴다기 보다 고군분투하며 견뎌내고 있다는 표현이 맞지만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주 4-5회 정도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소소하지만 전화영어로 자기 계발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한달에 2-3권의 책을 읽으면서 힘들고 어려운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음먹기에 따라 달렸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 쌍둥이 엄마도 직장에서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알려주고 싶었고 워킹맘으로 사는 것에 고민하고 어려움울 겪는 분들이 나의 글을 보고 공감하고 힘을 얻어가면 그것 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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