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는 미리 예약하는 거로~
지난 번에 글을 쓰고 뒷 이야기를 바로 썼어야 했는데 최근에 회사 업무가 너무 바빠서 글을 쓸 여유가 많이 부족했다.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지었고 컨디션도 웬만큼 회복이 되서 통영과 거제도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에 관해서 글을 쓰고자 한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비빔밥을 먹고 승광재를 구경한 후 우리는 통영으로 출발 했다.
하늘에서 구멍이 난 것처럼 폭우가 쏟아져서 초행길을 운전하는 나를 남편은 너무나도 걱정스러워 했다.
게다가 우리가 타고 다닌 차가 경차라서 남편의 걱정은 평소보다 배가 되어 눈을 사방으로 부라리며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었다. 나는 괜찮다고 안심해도 된다고 계속 말했지만 남편의 성화에 못이겨 결국 중간에 차를 세우고 운전대를 남편에게 양보했다.
폭우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없었던 우리는 예상했던 시간 보다 늦게 통영에 도착했고 숙소를 찾기 위해서 통영 거리를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바다를 본 나는 신나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남편은 간판 불이 꺼진 모텔을 볼때마다 실망감이 커지고 있었다.
<통영 - 밤바다>
내가 숙소 찾는 것에 집중하지 않아서인지 남편은 급기야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미안한 마음에 나도 함께 숙소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가는 곳 마다 모텔 간판 불이 꺼져서 있어서 운 좋게 간판에 불이 들어온 모텔을 발견해서 가보면 전부 만실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한 시간 넘게 모텔, 게스트 하우스, 여관, 호텔 등 연락할 수 있는 곳에 전부 연락하고 알아봤지만 전부 만실이라는 통보를 받아서 찜질방에서 자기로 결정 하고 수요 미식회에서 소개 되었던 맛집을 찾아갔다.
통영 맛집 중에 술과 다양한 안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유명한 맛집 ㅁㅂㄹㄷㅉ를 찾아갔는데 영업이 끝났다는 답변을 들어서 우리 부부는 다시 한번 크게 실망하게 되었다. 이제 밤 9시 30분 밖에 안됐는데 벌써 영업이 끝나다니! 말도 안된다고 우리는 투덜 거리며 이곳 저곳을 둘러본 결과 통영은 서울과 달리 이른 시간에 문을 닫는 점포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밤 10시 이후에도 술과 회를 파는 곳을 가려면 통영 시장으로 들어가야 했고 우리는 늦게까지 영업할 것 처럼 보이는 곳에 가서 횟감으로 우럭을 고르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회를 원래 먹지 않는 편인데 통영까지 내려와서 회를 먹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열심히 초장에 찍어서 먹기 시작했다.
<우럭 회와 매운탕>
하지만 남편은 나와 달리 음식을 즐기지 않고 소주만 마시면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었다.
남편이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건 통영까지 내려왔는데 남편이 꼭 가고 싶었던 맛집을 가지 못한데다가 차선책으로 간 식당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방금 잡은 물고기라 비교적 신선하다고 하나 접시에 아무렇지 않게 담아 놔서 저렴해 보인데다가 식당 안이 너무 시끄러워서 대화 자체가 힘드니 모처럼의 여행을 이런 식으로 마무리 하는게 싫었던 것이다.
자칭 미식가라고 말하는 남편에게 음식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있는데,
- 음식에 들어간 재료는 반드시 신선해야 하고 최소한의 양념으로 조리 되어야 하며,
- 조리된 음식은 예쁜 접시에 가지런히 정리가 되어서 플레이팅이 되어야 하고,
- 메인 음식 외에 사이드로 나오는 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보기 좋게 셋팅 되어야 하며,
-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남편한테 시끄러운 시장에 와서 아무렇지 않게 올려놓은 회와 매운탕을 먹으라고 하니 남편 입장에선 화날만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고 통영까지 달려왔는데 재료만 신선했지 플레이팅이라든지, 식당 분위기라든지 도통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던 남편은 빨리 나가자고 나를 재촉했다.
어쩔수 없이 우리는 이내 식당을 나왔고 다음날 여행을 위해서 찜질방을 찾아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찜질방에서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통보하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옷을 보관하는 모든 사물함을 손님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쩐지 통영에 와서 숙소를 찾으러 돌아 다닐 때 찜질방에 들어가고자 하는 손님들의 줄이 길었던 게 유난히 눈에 띄었는데 그 이유가 통영에서 그 시간에 숙소를 구할 수 없는 것을 알고 찜질방으로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었다.
남편의 표정이 울그락 불그락 하더니 숙소를 더 찾아 보자고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남편에게 거제도로 가서 숙소를 찾아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남편도 그게 좋겠다고 말해서 거제도로 우리는 출발했다.
(남편이 소주를 한병이나 마셔서 술을 마시지 않은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거제도로 가는 길에 다행스럽게도 비는 더이상 내리지 않아서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면서 우리는 거제도에 곧 도착했다. 통영과 달리 거제도는 화려한 네온 사인으로 음식점과 술집, 노래방 등이 활발하게 영업 중이어서 우리는 곧 숙소를 구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안고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데 유난히 모텔 간판 불만 꺼져 있는 것이었다. 여기도 숙소를 구하기 어려운 건가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서 우리는 얼른 대형 관광 호텔로 달려갔다. 호텔에서도 만실이라는 통보를 듣고 거제도도 통영처럼 숙소를 구하는게 매우 어렵다는 것을 바로 깨닫고 찜질방을 찾아갔다. 설마 찜질방도 손님을 안 받는건 아니겠지 하고 달려갔는데 찜질방도 만실이라 더이상 손님을 받기 어렵다고 통보 받았다.
남편도 나도 더이상 숙소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해서 아침까지 잠시 쉴 곳을 찾아 피씨방을 찾아갔다. 피씨방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2시 30분정도 였는데 남편은 의자에 앉더니 바로 잠들었고 나는 간만에 온 피씨방이라 4시까지 게임을 하고 잠을 청했다.
씻지도 않고 불편하게 잠을 잔 탓일까, 남편과 나는 무척 피곤했고 모습도 꽤 꾀죄죄 했다.
하지만 새벽 동이 틀 무렵 차가운 바람을 맞았더니 우리는 이내 정신을 차렸고 다음 목적지인 부산으로 가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산으로 가는 길에 우리 부부는 거제도 휴게소에 간단한 요기거리를 사기 위해서 잠시 들렸고 전망대에 올라가서 아침 바다를 바라보며 경치를 즐기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거제도 휴게소 전망대에서...>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