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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SA Jun 23. 2017

#20. 4년 만의 여행 (부산)

기회가 된다면 부산에 또 가고 싶어요.

4년 만의 여행이라고 거창한 제목을 써놓고 바로 수기를 올리지 못해서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직후 회사 업무가 물 밀듯이 밀려와서 근 한 달을 정신없이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서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떤 날은 고객이 요청한 날짜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느라 점심도 굶어가며 일한 적도 있었고 주 3-4회 야근을 하고 있던 터라 정말 시간 빈곤자처럼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하는 길에 남편이,

남편 : 요즘 글 안 써? 왜 여행 수기 업데이트 안 해?

나 : 당신, 그 동안 내 글 읽고 있었어?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 걸. 내 글에 애독자가 있었다니 놀라운데.

남편 : 빨리 좀 올려봐. 나름 재미있단 말이야.


남편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등에 업고 여행수기 3 번째 편 부산을 여행한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아침 7시쯤 부산에 도착했을까? 우리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부산 해운대였다.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우리 부부는 시원한 아침 바다 공기를 느끼기 위해서 해운대 모래 사장을 잠시 거닐었다. 이른 시간이라 바닷가 주변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여유롭게 바다를 거닐면서 남편과 다음 일정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해운대>


전날 밤 거제도에서 숙소를 찾지 못해 어쩔수 없이 PC방에서 불편한 밤을 보냈기 때문에 우리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숙소를 예약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몸을 씻고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서 남편과 나는 바로 사우나로 직행했다. 사우나에서 2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고 우리 부부는 간단하게 배를 채울 겸 하루 일정을 의논하기 위해서 별다방에 갔다. 


계획은 모두 남편이 세웠는데 테이블 한가운 데에 지도를 펼쳐놓고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BIFF 광장, 수요미식회에서 소개된 맛집 등을 이야기하면서 이 모든 것을 전부 하루 만에 소화하려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우리는 서둘러 국제시장부터 가기로 결정했다.


국제시장을 가는 길에 우리는 부산 근대 역사관에 잠시 들렸다. 남편이 박물관 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번에도 들렸는데 부산의 근 현대사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유익한 박물관이었다.

일제시대부터 해방 이후까지 부산항의 변천사에 대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었고 당시의 상황을 사진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 근대 역사관>


<부산 근대 역사관>


부산 근대 역사관을 나오면서 우리 부부는 나중에 부산에 올 경우 아이들을 데리고 이 곳에 다시 방문하기로 약속하고 국제시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국제시장 입구에 들어선 순간, 시장의 규모가 너무 커서 놀랐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다시 한번 놀랐고 전통시장 답지 않게 생각보다 비싼 물가에 놀랐다. 특히 먹을 거리들이 비쌌는데 별로 맛있어 보이지도 않는 것이 가격이 꽤 비쌌던 거로 기억을 한다. 


어쨌든 황정민 주연의 영화 국제시장에서 상징적인 장소로 큰 인기를 끌었던 꽃분이네로 가기 위해서 나와 남편은 부지런히 꽃분이네를 찾아갔다. 문제는 시장에서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이곳 저곳 기웃거리면서 아이들 여름 옷도 몇 벌 구매하고 친정 어머니와 시어머니께 드릴 선물도 사느라 꽃분이네로 가는 시간이 꽤 지체 되었다.


드디어 꽃분이네에 도착을 했는데 가게 앞에 포토존이 표시된 곳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어서 남편만 가게 앞에서 사진을 찍고 나는 사진 찍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뭐라도 하나 팔아주는게 도리인것 같아서 가게에 들어갔는데 안타깝게도 살만한 물건이 없어서 미안한 마음을 안고 가게를 나왔다. 부산을 대표하는 기념품이라던지 아니면 꽃분이네에서만 파는 특별한 상품이 있었으면 하나 구매 했을텐데 일반 잡화점이라서 특별히 눈에 띄는 물건이 없었다.


<꽃분이네>




국제시장에서 꽃분이네를 마지막으로 둘러본 후 우리는 수요미식회에서 소개된 유명한 냉면집을 찾아갔다. 

냉면집 이름이 기억은 잘 안나는데 방송에서 한 번 소개된 전례가 있어서 그런지 냉면을 먹으려고 기다리는 손님들의 줄이 상당히 길었다. 한 20-30분 기다렸나 우리 차례가 되어서 드디어 가게에 들어갔는데 가장 바쁜 시간 때라 냉면만 주문이 된다고 해서 우리는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주문했다.


<물냉면과 비냉면>

물냉면을 내가 먹었는데 방송에 소개된 맛집이라고 무색하게 맛이 별로 없었다. 손님들이 워낙 많아서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 냉면만 주문하게 만든 것 같은데 냉면을 다 먹기가 무섭게 그릇을 치우는 비매너도 겪었다.


참고로 냉면 값도 절대 저렴하지 않았다.


비빔냉면은 남편이 먹었는데 입맛이 까다로운 남편도 맛이 별로 없다고 혹평했다. 


다만 한가지 남편이 칭찬한 것이 있었는데 냉면에 사용 된 면이 일반 면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면발 자체가 쫄깃쫄깃하다고 칭찬하며 면을 만든 재료를 궁금해 했다. 


아무튼 냉면 집을 끝으로 수요미식회에서 소개된 부산 맛집은 더 이상 가지 말고 관광에 집중하기로 우리 부부는 결심 했다.








아침부터 쉬지 않고 움직인 탓에 우리는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어서 근처 노천 카페에 가서 잠시 쉬기로 결정했다. 다음 일정을 논의하던 중에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서 고개를 돌렸더니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의 긴 행렬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 날이 무슨 날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린 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일본에서 온 학생들도 가세해서 다양한 공연이 진행 되고 있었다. 남편도 공연이 재밌었는지 한참을 구경했다.


탤런트 임호가 앉아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줬다.

임금님 복장은 아니었고 신하의 복장이었는데 조선 시대에 높은 신분의 신하가 타고 다니는 가마라고 해야 하나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지만 조선 시대의 시대상을 재현하는 행렬이 계속 이어졌다.





행렬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농악대가 지나가면서 북, 장구, 꽹과리를 치면서 신나는 공연이 이어졌다. 남편은 이런 공연이 재밌는지 연신 사진을 찍어대면서 즐거워했다.


공연이 있던 날 한 여름에 맞먹을 정도로 꽤 더운 날씨에 매우 심한 미세 먼지 속에서도 공연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구경하는 사람들도 모두 즐거워했다.





친구가 부산에 놀러가면 씨앗호떡과 납작만두를 꼭 먹어보라고 추천한 적이 있어서 우리 부부는 씨앗호떡과 납작만두를 먹기 위해서 BIFF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BIFF 광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 마치 명동 한 복판에 서 있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길 가운데로 끝없이 이어지는 노점상이 줄을 이었고 길 양 옆으로 높은 빌딩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그 빌딩에는 영화관, 옷 가게, 화장품 가게, 악세사리 가게 등 쇼핑할 장소가 넘쳐나서 정말 명동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명동에는 중국어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BIFF 광장에는 호객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우리 처럼 관광객이나 쇼핑을 하기 위한 사람들이 넘쳐났다.


아무튼, 씨앗호떡을 파는 노점상이 많아서 어떤 집이 원조인지 알 길이 없어서 열심히 살펴봤더니 방송에 소개 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붙이고 영업을 하는 곳을 발견해서 그곳에서 씨앗호떡을 사먹기로 결심했다.


<씨앗호떡과 납작만두>

뭔가 대단한 비주얼을 자랑할 줄 알았는데 호떡 속에 씨앗 한 웅큼 넣은 것이 전부다.

그래도 맛은 그럭저럭 괜찮아서 우리는 금새 먹어 치웠다. 배가 많이 고픈 상태라 더 맛있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납작만두는 간을 거의 안했는지 만두 맛이 싱겁게 느껴져서 만두 옆에 빨갛게 양념한 오징어와 함께 먹어야 맛있다. 빨갛에 양념한 오징어는 충무김밥에서 김밥과 같이 먹어야 하는 양념의 맛과 비슷하다.







어쨌든 씨앗호떡과 납작만두를 먹었으니 목표를 달성한 우리 부부는 마지막 장소로 자갈치 시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자갈치 시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피로가 많이 누적된 상태였기 때문에 자갈치 시장을 둘러보는 것은 포기하고 항구를 바라보며 잠시 쉬면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대형 크레인과 항구에 정박해 있는 수 많은 배의 모습이 신기해서 사진으로 몇 장 남겼다.


<자갈치 시장에서 바라본 부산 항구>


<자갈치 시장에서 바라본 부산 항구>




숙소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다리의 한 쪽을 들어올려 선박을 지나가게 하는 광경을 연출하는 부산의 명물인 영도대교로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리가 영도대교에 갔을 때는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도개식이 언제 하는지 정확히 몰라서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나중에 여행을 다녀와서 확인해 보니 매일 1회 오후 2시에 약 15분 가량 도개식을 진행하는데 그 시간 대에 부산의 명물인 영도대교의 도개식을 구경하기 위해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도대교>


여자가방을 매고 걸어가는 뒷 모습의 남자가 내 남편이다. 

종일 내 가방 매느라 고생한 남편 지금 생각해보니 참 고마운 남편이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청소가 아직 완료되지 않아서 30분 뒤에 오라는 주인장의 요청으로 이왕 이렇게 된거 짐만 맡겨 둔채 주리 배를 채우러 고기집으로 향했다. 소고기 구이로 유명한 ㄷㄷㅅㄷ이 부산에도 있어서 가격이 꽤 비싸도 돈 생각하지 않고 맘껏 먹기로 작정했다. 둘다 너무 배가 고팠는지 앉자마자 고기가 채 익지도 않았는데 소고기라고 괜찮다면서 열심히 먹어댔다. 


후식까지 야무지게 먹고 배를 든든하게 채운 우리는 해운대 주변을 거닐면서 오늘 여행은 정말 즐거웠다고 자평하여 하루를 마무리 했다.


 <부산 밤 풍경>

 



난생 처음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남쪽 지방으로 여행하겠다는 일념으로 경차 한 대 끌고 무모한 도전을 했지만 어디를 가든, 뭘 하든, 뭐든지 즐거웠다. 워낙 오랜만에 떠난 여행이라 더 즐겁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지만 결혼 하기 전 연애 했을 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서 남편도 나도 이번 여행이 무척 즐겁고 재밌는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다음 편은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봉하마을에 대해서 쓰고자 한다. 

남편이 한 번 쯤은 꼭 가고 싶었던 그 곳, 故노무현 대통령께서 잠든 곳을 방문한 수기는 다음 편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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