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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SA Sep 26. 2017

#25. 맞벌이와 공동육아

나는 가정 경제의 주축이다.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


얼마전 친한 친구 H가 나에게 던진 말이다.

집도 있겠다 빚도 없겠다 남편 수입으로 아끼면 4식구 살만할 것 같은데 맞벌이 하면서까지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나보고 너무 욕심 부리는건 아닌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친구 말이 꼭 옳다고 할 수 없지만 나름 그녀에게 항변할 필요가 있어서 맞벌이 하는 이유를 말해줬다.



1. 나라 경제가 너무 불안해

워킹맘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내가 아이들을 낳은지 얼마 안되었을 때 회사 사정이 안좋아져서 남편이 실직을 당했었다. 당시 남편과 함께 회사를 관둔 사람 중에 일부는 취직을 했지만 일부는 여전히 취직을 못해서 1년 넘게 쉬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부부는 같은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즉, 나도 언제 실직 당할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신분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실행했었고 경쟁업체에서도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실행 중이다.)

우리 부부끼리 한 말이지만 실직 당하기 전까지 절대 먼저 관두지 말고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자고 위로했다.


2. 아이들을 좋은 환경 속에 키우고 싶어

어떤 사람들은 편견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고 유흥상가가 거의 없는 조용한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 혹 자는 부모가 올바른 인성으로 아이들을 키우는게 제일 중요하지 환경이 중요하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 부부는 부모의 인성 교육 못지 않게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름 고심해서 아이들이 유치원 입학 할 때 이사 가려고 정해 놓은 동네가 있는데 아파트 가격이 꽤 비싸서 매수할 타이밍을 노리면서 조금씩 돈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저축할 수 있는 건 아이들 교육비가 거의 들지 않는 지금 시점이 돈을 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맞벌이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고 있다.


3. 회사다니는게 아이들 돌보는 것보다 나아

그동안 쌓은 경력이 아까워서 일을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도저히 쌍둥이를 혼자서 돌볼 자신이 없어서다.

아이가 한 명이었으면 일을 안하고 아이만 돌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 한명 돌볼 때 소모되는 에너지와 둘을 돌볼 때 소모되는 에너지는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정말 힘들다.


사실, 아이들을 낳고 출산휴가 기간에 친정어머니와 베이비시터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래도 아이들 돌보는 것이 정말 힘들어서 얼른 직장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힘든건 매한가지지만 그나마 덜 힘들 걸 선택하라면 나는 워킹맘이 덜 힘들다고 말하고 싶다. 엄마 품에서 아이들이 자라는게 정서적으로 좋다고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정말 옳은 말이지만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고 믿는다.




내가 맞벌이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남편이 나를 가정 경제의 주축이라고 인정하는데다 남편 본인도 육아와 집안일은 아내의 일이 아니라 부부 공동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부부는 집안일과 육아를 공동으로 분담해서 진행하고 있다.

평일에는 집안일을 할 여력이 안되기 때문에 주말에 집안일을 몰아서 하는데 남편이 청소와 재활용 정리를 하고 나는 설거지와 빨래를 주로 한다. 육아는 비교적 정시 퇴근이 가능한 내가 퇴근 후 아이들을 재우면 남편이 아이들과 한 방에서 자고 주말에는 오전에 남편이 육아를 오후에는 내가 육아를 담당한다.


처음부터 집안일과 육아를 분담한 것은 아니었다.


남편도 나도 부모로서의 역할이 처음이라 아이들을 낳은지 얼마 안되었을 때 다투는 일이 자주 있었다.

둘다 일을 하기 때문에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심신이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에 집안일도 육아도 마음이 급한 사람이 주로 하다보니 육아와 집안일의 대부분이 내 차지가 되었다.

 

게다가 육아 방식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로 다투는 일도 비일비재해서 집안에서 함께 육아하는 것이 우리 부부에게는 너무 맞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관대한 나와 달리 남편은 약간 보수적이고 엄격한 편이라 육아 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닌데 흰 우유를 먹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남편에게 바나나 우유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싸우기도 했고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어질러 놓으면 그걸 못참아하는 남편에게 아이들이 어지를 수 있지 그렇게 싫은 티를 내야 하냐고 남편을 비난해서 싸우기도 했다.


특히 주말에는 회사에 가지 않기 때문에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서 거의 매주 주말마다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집안에서는 함께 육아가 아닌 혼자서 육아를 하기로 결정했고 종일 혼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힘드니 시간을 나눠서 아이들 육아를 분담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주말 오전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모임이 있기도 하고 교회에 가야하기 때문에 육아 분담이 이뤄진 측면도 있다.)

가끔 남편이 회사에 일이 있어서 주말에 회사로 가게 되면 혼자서 육아를 담당하기도 한다. 그러면 집으로 돌아온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2-3시간 정도 밖에 나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한다. 그리고 주말 중 하루는 아이들과 함께 거의 외출을 하기 때문에 밖에서는 함께 육아를 하게 된다.


키즈카페에 가기도 하고, 시댁에 가서 시부모님과 식사하기도 하고, 가까운 교외나 공원에 가서 바람을 쐬기도 하는데 이상하게 밖에 나가서 함께 아이들을 돌볼 때는 거의 다투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있어서 서로 조심하는 이유도 있지만 평일에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외출을 통해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고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모습이 흐뭇해서 서로에게 관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보고 일하면서 집안일과 육아를 혼자서 감당 해내라고 한다면 절대 못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사실 혼자서 그 많은 일을 감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맞벌이든 외벌이든 육아는 부부 공동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혼자서 감당하는 육아를 요즘에 독박 육아라는 표현으로 많이 쓰이는데 우리 부부에게는 독박 육아가 부부사이를 평화롭게 만드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육아와 집안일에 대해서 각 가정마다 가치관의 차이가 있고 선호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부부처럼 사는게 옳다고 말할 수 없지만 부부가 중심이 되어서 대화를 통해 타협하고 해결점을 찾는다면 육아와 집안일로 인해 발생되는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고 가정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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