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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SA Nov 08. 2017

#26.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대단한 인내심 + 무한 책임.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오늘도 견디지요.

아이들이 태어난지 어느덧 2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워킹맘으로 지낸지 벌써 20개월이나 되었으니 초보 워킹맘 타이틀은 떼었다고 할 만한데 여전히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벅차고 힘겨울 때가 많다.


아이들의 자아와 성격이 점점 형성되어 가는 요즘, 아이들이 이제 뭐 좀 안다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고 의사 표현하는 횟수가 급격하게 많아졌다.

가령 김에 싸서 밥을 줄 때 밥은 안 먹고 김만 먹을 때라든지 물을 마셔야 하는데 물은 안 마시고 야쿠르트나 우유만 찾을 때라든지 추운 날씨 때문에 겨울 옷을 입히려고 하면 여름에 입었던 얇은 옷을 입으려고 고집 부리는 등 글로 표현을 안했을 뿐이지 본인들의 의사를 징징거림이나 울음으로 확실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데 아직 말을 할 수 없으니 울음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을 케어하기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특히 두 아이가 동시에 그러면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버럭하기도 하고 힘들어서 주저앉고 우는 경우도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 주 일요일 저녁이었다.

나도 남편도 매우 지친 그날 저녁, 나는 굶더라도 아이들 저녁식사는 챙겨줘야 했기 때문에 귀찮지만 시어머니가 만들어 놓은 야채볶음에 밥과 참기름을 비벼서 주었다. 처음에는 곧잘 먹는다 싶었더니 주원이는 반 이상을 남겼고 주아는 거의 다 먹었지만 턱받침에 흘린 음식이 절반이나 되어 먹은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배불리 먹여주고 싶은 마음에 김에 흰 쌀밥을 싸서 주었더니 둘 다 김만 달라고 난리를 치는 것이었다.


슬슬 나의 인내 게이지가 올라가기 시작할 즈음 일단 참고 아이들에게 사정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말을 잘 못해서 그렇지 웬만한 말은 전부 알아 듣는다.)


제발 한 번만 먹어주라? 응? 이거 먹으면 엄마가 김 줄게

아이들이 말귀를 알아 들었는지 김에 싼 밥을 덥썩 먹더니 다른 한 손으로 김을 달라고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약속을 하긴 했으니 김밥 한개 먹을 때마다 다른 한 손에 김을 쥐어주었더니 아이들이 밥을 열심히 먹어주어서 무사히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늘 그렇지만 아이들 식사가 끝난 자리는 항상 지저분하기 때문에 인내심을 발휘하여 주변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씻기기 위해서 욕실로 데려갔다. 두 아이를 동시에 씻길 수 없기 때문에 주원이 먼저 씻기려고 욕실에 데려가려 했더니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잡기 놀이하자는 뜻으로 알고 아이가 도망다니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의 인내 게이지가 한 번 더 상승하기 시작했고 속으로 '참을 忍'을 새기며 간신히 주원이를 잡아서 손과 얼굴을 씻기기 시작했다.


주원이를 씻기고 주아를 열심히 씻기고 있을 때 뭔가 불안했지만 '아냐, 설마 아닐 거야. 주원이는 조용히 놀고 있을 뿐이야'라고 스스로 달래고 있을 때 욕실에서 나와보니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박주원! 너 이게 뭐야 계란을 이렇게 바닥에 던져서 어지럽히면 어떻게 해!


주방 바닥에 깨진 계란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고 그 주변에 먹다 남은 일부 음식물들이 어지럽게 퍼져 있었다. 그 광경을 목격하자 앞뒤 가리지 않고 바로 아이에게 큰 소리를 치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아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그렇게 슬피 우는데도 자기들끼리 신나게 놀고 있고 내 울음 소리에 놀란 남편이 나와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온 나는 정말 대성통곡을 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서러움이 어찌나 큰지 한번 터진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 내렸다.


한 30분을 그렇게 울었나 보다. 마음이 조금씩 진정이 될 즈음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주원이를 안고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를 보여주고 밤 늦은 시간에 간신히 재우고 그날의 일과를 마칠 수 있었다.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지난주 일요일"은 나도 남편도 정말 피곤한 날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연휴 직후 남편과 나는 회사에서 쏟아지는 일을 쳐내느라 늘 정신 없는 상황이었고 지난 달 중순에 이사 문제로 굉장한 스트레스를 겪었으며 (자세하게 언급하기 그렇지만 이사 가는 날 잔금 받는 문제로 우리 부부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개인적으로는 건강검진을 받은 후 추적 검사 및 정밀 검사를 요구하는 문제들이 발생해서 신경이 매우 예민하고 날카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면서 회사 일과 육아를 동시에 처리하는 건 쉽지 않았고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가 지난 주 일요일에 터져버린 것이었다.


만약, 나에게 아이들이 없었다면 (이런 스트레스도 받지 않았겠지만) 어땠을까 처음으로 고민해봤는데 역시 아이들이 없으면 안되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동시에 두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아이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게 크지만 아이들 없는 세상을 상상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슬픔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대단한 인내심과 무한 책임을 요구하며 내 자존감의 바닥을 드러내고 내 정신력의 한계의 끝에 도달하게 만들지만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사랑 때문에 오늘도 나는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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