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 업종 변경

#4. 짧게 근무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던 회사

by SARASA

필리핀에서 3개월 동안 쉬고 한국에 돌아와서 취업에 대한 압박이 있었지만 이전 직장에서의 후유증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어서 4-5개월 정도 더 쉬고 취업 준비에 들어갔다.

쉬는동안 너무 놀기만 하면 규치적인 생활이 무너질것 같아서 플랜트협회에서 진행하는 수업도 들었고 틈틈이 영어공부를 하면서 토익점수를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결혼식장 예약, 혼수/예물 준비, 웨딩 촬영 등 결혼 준비로 나름 바쁜 시기를 지내고 있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백수상태로 결혼생활을 시작하고 싶지 않아서 부지런히 이력서를 내기 시작했다. 예상했지만 결혼 적령기의 미혼 여성의 신분은 서류통과가 쉽지 않았고 경력 외에 취업에 도움이 될만한 자격증 또한 전무했기 때문에 서류를 내는 족족 전부 광탈 당했다. 토익점수가 있긴 했지만 이력서에 자랑할 정도로 좋은 점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서류 통과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5년이라는 짧지 않은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류조차 통과가 되지 못하니 이왕 이렇게 된거 아예 새로운 업종으로 갈아타고자 금융업에 지원하게 되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신입으로 지원했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덜컥 합격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면접 본 다음 날 합격통보를 받아서 내가 지원한 회사가 문제가 있는 회사가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

아무튼, 모든 의심스러운 상황은 접어두고 일단 회사에 다녀보기로 결심하고 결혼준비와 입사준비를 동시에 진행했다.


금융업의 경력이 전무한 30대 초반의 나를 신입사원으로 합격 시켜준 그 회사는 사금융 대출회사였다.

지금은 케이블 방송 TV 광고에 자주 나오지만 내가 입사했을 당시에는 아직 광고를 내보내기 전이었고 업계 4위의 작지만 강하고 탄탄한 회사였다.

주요 업무는 추가대출을 원하는 사람들의 서류를 심사하고 서류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여 문제 없는 것이 판단되면 대출을 승인하여 바로 대출금을 송부하는 일이었다.

대출을 원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서 화장실에 갈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무척 바쁘게 일을 했지만 업무적으로 궁합이 잘 맞아서 즐겁게 일하는 나날이 많았다.


사금융 업체에서 근무할 당시 나를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왜 그런 회사를 다니냐고 핀잔하였지만 나름대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기 때문에 그들을 설득하는데 종종 많은 에너지를 쏟기도 했다.


자부심을 가졌던 이유는,

1) 고금리의 대출회사였지만 일본회사가 아니라 우리나라 회사였고

2) 모든 대출금은 합법적으로 운용이 되었으며,

3) 회사 전직원이 전부 정규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계약직을 뽑고 있는지 모르겠다.)

4) 더구나, 서류심사업무를 회사에서 크게 인정하는 분위기였고 젊은 나이에 팀장으로 승진한 사람들이 다수 존재했기 때문에 나처럼 늦은 나이에 입사한 신입직원도 열심히 일한다면 학벌이나 토익점수와 상관없이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5) 무엇보다, 기혼여성이 일하기에 꽤 괜찮은 회사였다. 정확히 기억 나지 않지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하고 복직해도 직책과 직급이 보장 되었고 다른 팀으로 전출 되는 경우도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실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복직한 직원들이 다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육아휴직이 법적으로 보장 되어 있어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 어려운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한다면, 결혼을 앞둔 시점에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을 때 전혀 눈치 보지 않는 회사에 정규직으로 근무하게 된 것을 큰 행운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게다가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파견직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정규직이라는 타이틀로 입사한 것이 정말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입사 동기들도 성격이나 인품이 정말 괜찮았기 때문에 회사에서 일할 때 힘들거나 어려우면 의지도 많이 했고 크게 도움을 받았었다. 그 회사를 관둔지 5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들은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서 끈끈한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꽤 만족하게 회사생활을 하던 어느 날 이전에 다니던 회사의 경쟁업체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 고학생 시절과 직장인으로서의 성장과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