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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Sep 12. 2023

너는 ADHD약을 받고, 나는 항우울증 약을 받고

그리고 지독한 부작용을 겪고

오랜만에 첫째가 ADHD약을 받으러 가는 정신과에 첫째와 함께 갔다.

여름방학이 두달인 첫째는 9월 중순이 다되도록 아직도 여름방학을 즐기고 있다.

최근 나는, 어떻게든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사람으로 안되면 약으로라도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 정신과에 갈 때, 내 약도 달라고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갔다.


첫째와 의사 선생님의 상담이 끝나고,

나와 의사 선생님 상담시간이 되었을 때, 나는 눈물부터 터트렸다.


선생님,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데, 약이 무슨 소용일까 하며 버텼는데,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니, 약이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은 약장사라는 명성에 맞게 내게 금방 약을 지어주셨다.

어머님, 발달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약으로 도움 많이 받아요.

부담 갖지 마시고 한번 도움받아보세요.

그리 말씀하셨다.


내 이름이 붙은 하얀 약통에 들어있는 항우울제(에프람정 5mg)를 쳐다보니,

내가 이 지경이 되었구나 눈물이 났지만,

오늘 하루 첫째와 둘째에게 화를 안 내고 잘 버틴 나는, 굳이 오늘은 약을 먹을 필요가 없겠구나 하며 약통을 높은 찬장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걸려온 전화.

내일 대학병원에 둘째 자폐검사하러 갈 때, 내가 둘째와 지하철 타고 시간 맞춰 가고,

본인은 새벽에 회사에 가서 일을 하다가 시간 맞춰 병원에 가는 건 어떻겠냐고 한다.

그 출근길 지옥철에 둘째와 둘이 한 시간이 넘는 지하철 여정을 버티라는 건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고, 도대체 본인에게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도대체 대가리에 뭐가 든 건지 미쳐버릴 것 같은 마음에

냉큼 찬장에서 하얀 약통에 들어 있던 하얀 약 하나를 꿀꺽 삼켜버렸다.



그리고는 나는 밤에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심장이 뛰고 손이 떨렸다.

나에게 이 약은 맞지 않나 보다.

잠을 한숨도 못 잔 채 둘째의 대학병원 검사에 나섰다.

나는 좀비처럼 둘째를 데리고 걸어 다녔다.


그리고 검사가 끝나자 남편은 차를 끌고 회사로 가버렸고,

나는 둘째와 한 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면서 둘째의 난동을 견뎌야 했다.

너무 졸리기도 했지만, 심장이 너무 뛰어서 당장 누워버리고 싶은 순간에도

둘째가 지하철에서 뛰쳐나가려는 것을 제지하고 소리 지르는 것을 다독이느라 진땀을 뺀 나는

집에 오자 녹초가 되었다.


남편은 나에게 잘 도착했냐는 문자도 하지 않았다.


내 깊은 우울증의 원인은

아이들의 병이 아니라,

남편이었다.






나는 다른 약을 찾아봐야 하는지,

아니면 약은 됐고 상담가를 찾아봐야 하는지,

또 고민의 기로에 섰다.


지긋지긋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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