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지난주에 세부에서 현생도피를 했다면, 이번 주는 제대로 뼈를 맞는 한 주였다.
월요일에는 첫째의 adhd약을 받으러 정신과에 갔고,
화요일과 목요일엔 대학병원에서 둘째 자폐검사, 언어검사, 교수님 면담을 했고, 수요일엔 둘째 특수교육대상자 인터뷰가 있었다.
항우울제를 처음 먹었던 월요일 저녁,
잠을 한숨도 못 잔 채 화요일에 대학병원을 갔더니, 항우울은커녕 우울이 하늘을 찔렀다.
화요일엔 정신을 붙들려고 노력했지만, 약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수요일에 특수교육대상자 검사 및 인터뷰를 가기 전엔,
우리 둘째가 그래도 말도 하고 대근육도 좋고 하니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너무나 안정적으로 특수교육대상자에 선정이 될 것 같다고 하셨고(분당 서울대병원에서 받았던 카스 검사 점수가 33점이었던 게 컸다)
비가 부슬부슬 오던 그날 나는 엉엉 울며 둘째를 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둘째는 엉엉 우는 나를 보며 “엄마 아야 했어”라고 했다. 이제는 아야 할 마음도 없을 줄 알았는데 외부의 평가는 여전히 엄마를 아야 하게 하는구나.
목요일 자폐검사에서는 검사자가 훌륭하신 분이라 둘째를 잘 이끌어서 검사를 완수했고,
우리 둘째의 여러 문제에 대해서 짚어주셨다.
1. 기초 의사소통 기술이 너무 부족하다.
2. 발음이 뭉개져서 상대방과 상호작용을 하기가 쉽지 않다.
3. 눈 맞춤이 너무 안된다. 시지각 훈련을 따로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이유로 자폐진단이 나올 것 같다고는 하셨지만, 아이가 가진 것이 많은데 쓰질 않는 것이 분명 있으니,
1년 후 추적 검사에서는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러니, 엄마가 정신 바짝 차리고, 눈물을 닦고, 아이의 부족한 점을 잘 채워줄 수 있게 힘써보자.
특교자에 선정될 것 같다는 얘기를 해맑게 하셨던 담당자분을 뒤로하고 차에서 펑펑 울었던 날,
느린 아이를 키우는 모임의 엄마들 단톡방에 얘기를 했더니,
너무 잘된 거 아니냐,
도움받고 앞으로 성장할 날만 남았는데 왜 우울해하냐,
도움반에 못 들어갔다면 또 얼마나 마음이 안 좋았겠냐 등등,
위로를 많이 해주셨다.
때론 동병상련인 사람들에게서 오는 위로가 그 어떤 것 위로보다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어쨌든, 이제 눈물을 닦자.
한양대 선생님 말씀대로, 내년 추적 검사 때는 엄청나게 성장해 있는 네가 되길 기대하며, 오늘도 엄마는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