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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Oct 13. 2023

특교자 합격 통보를 받으며

만감이 교차하는 건 나 혼자가 아니겠지

올해는 운 좋게도 내가 사는 지역에서 내년 만 3세 되는 아이들 중 특수교육대상자를 다른 해보다 이례적으로 많이 선발했다.

나의 뇌피셜이지만 맑음이는, 지능검사도 끝까지 완수해 내었고, 인터뷰도 그럭저럭 했는데, 서울대병원에서 받은 ADOS점수가 높아서 특교자로 선발된 듯하다.

인터뷰를 하러 간 날, 몇 마디 안 했는데도 ‘선발되실 거예요.’라는 답을 들었으니까.

지원자가 많고 선발인원이 적었다면 선발이 안될 수도 있었겠지. 그렇게 아이의 교육기관을 그 해 그 해의 운에 맡기곤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맑음 이가 배정받은 유치원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름 신설 공립 단설 유치원이라,

처음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그 유치원 건물을 보고 ‘우와!!‘라는 소리가 육성으로 나왔을 정도로 환경이 좋고,

방과 후 때문에 문의한다고 몇 번 전화를 드렸는데 통화했던 특수반 선생님은 정말로 다정다감하셨다.

그래서 이 유치원에 꼭!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간을 그렇게 졸였는데, 어찌 합격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합격통보를 만감이 교차하여

느린 아이 키우는 부모 커뮤니티에다가 ‘만 3세 유치원 특교자가 발달이 올라와서 만 5세쯤에 일반반에 가는 경우도 있나요?’ 같은 질문을 올리고,

씁쓸한 마음을 숨기기가 쉽지 않았다.


친정엄마께 맑음이가 특수교육대상자가 되었다고 말씀드리자 나보다 훨씬 씁쓸해하시며

첫째라도 잘 키우라는 얘기를 하시는데

그 말에 더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 나 둘째도 잘 키울 건데?”


기쁘면서도 씁쓸한 감정은 거의 하루 종일 지속 되었지만,

아이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만약 아이가 일반 유치원에 갔다면 방치되었을 테고,

똘똘이 만 3세 아이들 사이에서 목소리 한번 못 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 결정된 사항에 대해 굉장히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똑똑한 아이를 낳았다면,

이 아이에게 최선의 교육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우리의 상황에서 이 아이에게 최고로 적합한 교육기관을 찾아 헤맸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맑음이는, 발전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선 도움이 필요한 아이니까,

이 아이에게 최선의 교육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고,

그리고 놀랍게도 현재로서 우리의 상황에서 아이에게 최고로 적합한 교육기관을 찾았고, 합격까지 했으니, 정말로 잘한 일이다.


요즘 노란 버스만 보면 타고 싶다는 우리 둘째,

5살 되면 노란 버스 타고 유치원 가는 거야~ 했더니 5살이 되길 무척 기다리고 있다.

네가 새 교육기관에서 행복하길, 그리고 쑥쑥 성장하길 엄마는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그리고 형아 나이가 되었을 때쯤엔


형아처럼 많은 친구는 아니지만, 같이 노는 친구가 적어도 한 두 명은 있고,

태권도 학원도 다니고,

책도 읽고,

그럴 수 있길 바라.


그러니 씁쓸한 마음은 접어두고,

너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너를 매일 응원할게.

오늘도 힘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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