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는 얘기를 듣고 출근할 때

지금도 마음속에서 진행 중인 이야기

by 메이

지방으로 이전한 남편의 직장을 따라 2년간 휴직을 한 후, 다시 내 직장으로 돌아와 주말부부를 할 때의 일이었다.

이제 막 돌이 지는 둘째와, 7살 첫째를 데리고 홀로 워킹맘 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

밤마다 마음은 불안하고, 어깨에 짊어진 것은 너무나 많은 것 같아, 너무나 고단했던 그 시기.

2년 만의 복직의 첫 주, 2021년 3월. 코로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릴 때 그리고 우리의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극심할 때,

복직과 동시에 나는 고열과 몸살에 시달렸다. 다행히 금요일에 아팠다. 주말 동안 푹 쉬고, 코로나가 아니라 그저 복직맞이 몸살이라는 것을 알고 일을 해 나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둘째가 아팠다.

2월생인 둘째는 13개월 차에 어린이집에 입소를 했고, 나는 육아시간을 쓰며 아이를 3시 30분쯤 하원시킬 수는 있었지만,

코로나가 기승이던 이 시기에 아이가 열이 조금이라도 나면 등원 금지였기에, 나도 출근을 할 수 없는 상황.

그래도 휴가가 나보다는 자유로운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남편에게 둘째가 감기기운이 있고 열이 날 것 같으니 하루 휴가를 쓰고 올라와달라고 했다.

남편은 투덜거렸다. 나는 침묵했다.

나 혼자 다 감당하라고?

우리의 거리는 300km.

너와 나는 둘 다 똑같이 업무에 둘러싸여 있어.

그런데 나는 애 둘도 있어.

하루만 와달라고. 하루만.


남편은 그날 밤 300km를 달려서 왔다

나는 몹시 화가 나있었다.

나의 삶의 무게는 300kg 아니 300 ton처럼 느껴졌다.

남편은 집에 와서 내게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와줘서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고맙지도 않았다.

나도 그냥, 몹시 화가 나있었다.

다음 날 콧물이 훌쩍이는 둘째와 남편을 남겨두고 집을 나가려는데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이혼하자.


8시 50분에 1교시 수업이 있었던 수요일 그날의 8시 25분.

이혼하자는 말을 들었다.

나는 일단 알겠다고 하고 급히 차를 탔다.

심장은 벌렁거렸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래 내가 이 고생하고 고작 듣는 소리가

뭐?

이혼하자?


나는 5분 지각하고 45분에 눈물을 급히 닦고 교무실에 들어가 실내화로 갈아 신고 수업할 책을 챙겨서 교실로 들어갔다.

나는 그날 정말 수업을 빡빡하게 했다. 마치 나에게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쉬는 시간이 되자 또 눈물이 났다.

뭐?

이혼하자고?

그건 내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야.

나의 알 수 없었던 그 불쾌한 감정은 정확히 분노로 바뀌었다.

내가 마음속에서 일억오천 번도 넘게 생각했던 그 단어를 감히 네가 먼저 꺼내?


또 수업에 들어가고, 점심을 먹고, 또 수업에 들어가고, 업무를 하고, 퇴근을 했다.

퇴근길의 나는 다소 냉정해졌다.

그래서 집에 가서 남편에게 ‘그거 내가 할 소린데 네가 먼저 꺼냈어? 그래 좋아 이혼하자 이 개새끼야! “라고 하면 속이 시원하겠지만

그는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정말로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혼녀가 되기 싫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이혼녀가 될 그 과정이 너무 귀찮았다.

재산 분할,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부모님께 설명하기, 홀로서기 준비하기 등등


남편의 마음이 어땠길래 내게 그런 소리를 했는지, 그걸 먼저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많은 대화를 했지만,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아 부부상담을 받기로 했다.

월요일 오전에 말이다.

남편은 한동안은 월요일 오전마다 휴가를 쓰고, 나는 월요일 오전마다 수업을 바꾸어서 함께 부부상담을 다녔다.

벌써 2년이 넘게 지난 그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무료 부부 상담은,

솔직히 상담사의 얼굴과 상담사가 우리에게 해준 얘기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했던 것은, 남편도 나에게, 많은 불만이 있었다는 사실.

남편의 속마음을 들으며, 그대도 나만큼 이 결혼생활에 불만이 많았구나.

나는 나 혼자 '덤터기'를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너 또한 그런 생각을 했구나.

그리고 서로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하고 결혼했던 우리 둘은, 정말로 많이 다르다는 사실, 아니 어쩌면 비슷한 구석을 찾기가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렇게 부부상담을 통해 우리 관계에 대해, 우리의 결혼에 대해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의 일상에서 변화된 것은 없었다.

이혼이라는 말을 상대로부터 들었을 때의 벌렁거림, 분노, 좌절감 등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나는 시간에 쫓기며 허덕거리고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간간히 훌륭한 남의 남편들을 보며 우울해하고.


우연히도 유튜브에서 뜬 법륜스님의 즉문즉답을 들으며 분노들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결혼도 해보시지 않은 법륜스님의 결혼생활에 대한 해답은, 때론 너무 극단적이지만, 이미 극단까지 가보았던 나로서는 그 극단적인 해답이 나에게 꼭 맞는 해답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편이 싫고 불만이면 이혼하면 되지~" 하시면 질문자는 "아... 이혼까지는..."이라고 한다.(마치 나처럼)

"그럼 그냥 사는 거야~ 남편은 그렇구나~~ 그런 사람이구나~ 하면서" 하시면

"왜 저만 참고 살아야 하나요? 남편은 저에 대한 이해를 해 주지 않아도 되나요?"라고 질문자는 (마치 나처럼) 대답한다.

그에 대해 "마음이 괴로운 사람은 그대이고, 남을 바꾸는 일이란 너무나 힘든 일이니 그대가 마음을 바꿔 먹는 게 빠르지 않겠나." 그게 결론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거 말곤 답이 없는 것 같았다. 다만 내가 진심으로 그렇게 마음을 먹고 일상생활을 살아나가기까지는 나에게 많은 수련이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부부상담 덕분인지 법륜스님의 강의 덕분인지, 아니면 그냥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인과관계는 알 수 없지만 남편과의 관계는 2년 전 그날보다 많이 개선되었고, 남편은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법륜스님의 부부관계에 대한 해답은 때론 우리 아들들과 나의 관계에도 적용이 될 뿐만 아니라, 외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기똥차게 적용이 된다.


그래도 가끔은 불쑥 이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내 냉정하게 생각을 한다.

이혼해서 나 혼자 사는 것보단

그래도 돈도 벌어오고 집안일도 간간히 하는 남편과 사는 게 낫다.

그리고 때로는, 장거리 출퇴근으로 지쳐 잠든 남편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니, 뭐 그 정도의 사랑으로 앞으로도 함께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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