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 치료가 따로 있나요.
첫째 아이는 호명반응과 눈 맞춤이 약하고 언어가 느려 두 돌 무렵부터 세브란스 소아정신과에 진료를 다녔다. 다행히도 말도 어느샌가 늘었고 인지도 많이 늘었는데, 사회성 이슈는 해결이 되지 않아 작년까지 짝치료를 했었다. 초 1이던 작년, 친구 하나 제대로 없었고, 그 점을 항상 속상해했다. 그런데, 올해 초품아 대단지 아파트로 이사를 온 이후, 내가 휴직을 한 이후에는 친구들과 언제든지 어울려서 잘 논다. 역시 환경이 중요함을 느낀다.
일반화시키기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사회성이 조금 떨어지는 친구가 있다면 초품아 대단지 아파트+과밀 초등학교를 강력추천한다.(지능이 나쁘지 않을 경우)
사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아이의 문제가 너무 눈에 많이 보여서 케어가 잘 된다고 하는 사립초등학교를 지원해서 붙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했었는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언제까지 이 아이를 어른들이 밀착해서 케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결국은 쉽게 만나서 놀 수 있는 동네 친구를 사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초품아 대단지에 살면,
위층도 초등학생 아래층도 초등학생 옆동도 뒷동도 다 초등학생.
놀이터에 나가면 꼭 몇 명은 있고,
심심하면 놀이터에 나가서 놀 아이를 물어(?) 온다.
단지 내 상가에 있는 태권도는 또 다른 친구 사귀는 장이 된다.
처음에 여기로 이사 왔을 때, 첫째는 낯설어서 문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2학년에 전학을 와서, 번호도 제일 뒷번호로 준다길래, 이질감이 들까 봐 (ㄱ으로 시작하는 성인데!) 학교에 여러 번 전화해서 겨우 앞번호로 당겨놓고 2학년을 시작했는데,
학교 끝나면 그냥 놀이터에 애들이 바글바글하니, 3월부터 친구 사귀는 것이 일도 아닌 상황.
회당 8만 원의 짝치료 덕분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여기로 더 빨리 이사를 왔어야 했던 것인지,
아무튼 현재 첫째는 친구를 잘 사귀고 논다.
문제는 둘째.
둘째는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에 입소를 했지만, 너무 인원이 많아서 좀 멀리 있는 작은 어린이집으로 옮겼다.
그래서 동네 어린이집 친구가 없다. 놀이터에서 자연스럽게 놀 친구도 없다.
느린 아이 키우는 모임에서 만난 몇 명의 친구들과 가끔 만나기는 하지만, 다 느린 아이다 보니 그렇게 사회성에 좋은 자극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어제는 느린 아이 키우는 모임에서 만난 엄마가 우리 집으로 놀러 왔다.
둘째는 ‘00이 집에 가!’를 계속 외쳤다. 친구가 온 상황이 낯설어서 친구가 듣는데서 집으로 가란 얘기를 수백 번도 더 외쳤던 것 같다. (다행히 둘째 발음이 좋지 않아 친구가 못 알아들었다...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둘째는 자폐 성향이 더 뚜렷한 아이고, 낯선 사람이 집에 오는 것이 너무나 부담스러울 수 있다.
너의 사회성은 갈길이 멀겠구나. 내년에 입학하는 유치원도 집 근처가 아닌데, 이를 어찌할꼬.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기로. 아직은 시기가 아니고, 개별 치료에 집중해서 언어나 인지를 더 끌어올리는 것이 맞다.
다만 친구가 왔을 때, 친구가 더 놀고 싶은 집으로 만들어보기.
남자 아이다 보니, 레고도 가득, 보드게임도 가득, 언제든지 즐겁게 놀 수 있는 집으로 만들기.
과자도 항상 구비해 놓기.
그리고 그렇게 오픈하우스로 만드는데 내가 부담을 갖지 않기.
그렇게 환경을 세팅하고 친구를 초대하는 것이, 때론 사회성 치료보다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