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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Feb 07. 2024

동생이 부끄럽다고 할 때

나도 마음이 찢어지며

곧 네 돌을 앞두고 있는 둘째 맑음이는 점점 말이 많아지고 있다. 발음은 뭉그러지고 억양도 독특하지만, 분명히 의도를 가지고 정확하게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기특하기만 했다. 그런데 첫째는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아들 둘 키우는 첫째 친구 엄마 모임을 다녀와서, 첫째들이 얼마나 둘째를 잘 챙기는지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니 괜히 나는 마음이 심란해졌다. 우리가 둘째를 갖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첫째가 3살 즈음 세브란스 소아정신과의 천근아 교수님으로부터 아이의 사회성이 부족하니 둘째를 낳아주는 게 최고의 치료라고 얘기한 그날이었고, 그로부터 피나는 노력 후 2년 후 둘째를 낳았다. 하지만 둘째는 첫째의 사회성을 키워주는 역할을 하기는커녕 첫째보다 더 심한 발달지연이 있어서 지금도 매일 치료실에 다니고, 급기야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까지 되었으니, 의도했던 자녀계획 및 자녀교육은 어찌 보면 완전 실패다.


첫째는 둘째를 아주 어릴 때는 잠깐 귀여워하기도 했었지만, 둘째가 나를 심하게 물어서 피가 철철 났던 시절이나, 둘째가 18개월부터 센터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내가 여기저기 길길이 날뛰며 다니는 모습을 보며, 그리고 더불어 자기가 엄마의 관심사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것을 보며 '동생이 엄마를 고생시킨다' 혹은 '너 때문에 내가 외롭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그러면서 점점 둘째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을 서서히 길렀나 보다. 내가 둘째를 귀여워할 때마다 자기는 둘째가 귀엽지 않다는 얘기를 여러 번 했다.



어쨌든 비교가 문제다. 아들 둘 키우는 첫째 친구엄마 모임에 다녀 온날, 첫째와 둘째가 목욕하다가 둘쨰가 첫째에게 물바구니를 뺴앗겨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을 때 첫째를 엄청 다그쳤다. 다른 친구들은 그렇게 동생을 예뻐하고 챙기는데 너는 도대체 왜 그러냐.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동생을 낳아줬는데 너는 왜 그렇게 행동하냐.


첫째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말했다. 자기와 친구들을 비교하지 말라며. 친구들 동생은 형아를 잘 쫓아다니고 말도 잘 듣고 같이 놀려고도 하는데 맑음이는 징징거리기만 하고 자기 물건을 부수고 말도 이상하게 해서 부끄럽단다. 그 말을 듣는데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너는 당연히 그런 마음이 들 수 있지. 그 마음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어. 네가 그런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왜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분명 그럴 수 있는 나이인데.


더 이상 동생을 귀여워하라고 강요할 순 없었다. 아무리 가족일지언정 아이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순 없다. 나는 그저 내가 좋아서 둘째를 예뻐할 뿐, 첫째 너도 엄마처럼 동생에게 이런 마음을 가지라고 할 순 없다. 그리고 둘째가 첫째 물건을 마음대로 만질 때는(그런 일은 잘 있지도 않지만) 엄하게 꾸짖기도 해야 한다. 동생이 발달에 어려움이 있으니, 네가 형아로서의 자비와 포용심을 발휘하여 동생의 모든 것을 눈감아 주라는 그런 기대는 이제 저 아래로 내려놓았다. 첫째가 둘째의 상태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이후에도 동생에게 부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조차 너그럽게 인정하기로 한다. 


너는 너대로, 너답게 커도 괜찮아. 

동생도 언젠가는, 네가 그랬듯, 몰라보게 훌쩍 커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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