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보다 출근, 혹은 육아와 출근
2주 전 첫째는 머리를 다쳐 119에 실려갔고
지난주부터는 둘째가 고열에 시달리다가 기침과 콧물이 폭발했다.
(파라 바이러스인 듯 하지만 검사하지는 않았다)
그러더니 지난 토요일,
자려고 누웠는데 첫째 유치원에서 문자가 왔다.
첫째와 같은 반에 확진자 발생.
처음에는 ‘아이코, 그 아이 어쩌나. 부모님이 걱정이 많으시겠네.’ 했는데…
10초 후, 잠깐, 그럼 자가격리인 거야 우리?!!! 또?!!!!
그렇게 시작된 두 번째 자가격리.(5월에도 한번 했었는데, 그때는 태권도 사범님의 확진으로 인한 자가격리였다.)
유난히 스케줄이 빼곡했던 이번 주는 그렇게 날아갔다.
월요일이 되자 나는 10군데 가까이 전화를 돌렸다. 저희 아이가 자가격리 중이라 이번 주는 ~~를 못하게 되었어요.
일요일엔 남편과 옥신각신하며 하루를 버텼고, 월요일은 내가 가족 돌봄 휴가를 쓰고 화요일은 연가를 썼다.
그리고 화요일에 나는 그야말로 넉다운이 되었다.
혼이 빠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아직 말 못 하는 20개월 둘째는 밖에 나가겠다고 난리, 뭐 꺼내 달라고 난리, 밥을 먹이면 뱉어내고, 콧물은 주렁주렁.
첫째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랑 안 놀아 준다고 난리,
끊임없이 큰소리로 할 말 해대는 터에 멘탈이 탈탈 털렸다.
나의 필살기인 블루투스 이어폰이라도 찾아 끼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심신을 달래 보려고 했는데
왜 맨날 굴러다니던 블루투스 이어폰은 이 날 따라 어디로 사라진 건가.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희한한 게,
아이가 자가 격리되어도 부모는 출근 가능하다?
5월에 동반 합숙했던 자가격리와는 달리, 지금은 부모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기 때문에 부모는 출근이 가능하고,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영유아 형제자매만 격리해야 한다고 유치원 선생님께서 슬쩍 말씀해주셨는데
그것도 웃긴 게 둘째는 심한 감기가 걸린 상태라 병원도 왔다 갔다 했고, 이를 제지할 무언가도 없었다.
암튼 그리하여 남편은 월요일과 화요일에 출근을 했고 나는 집을 떠나는 그를 마냥 부러워하며 집에서 멘탈이 털린 채 쓰러져있었다.
희소식(?)은 목요일에는 수능이고, 나는 수능 감독이기 때문에 수요일에 꼭 수능 감독관 회의에 참석을 해야 해서,
남편이 수요일에는 오전만 출장을 갔다가 오후에는 나와 바통터치를 했다.
수능 감독은 진짜 사리 나오는 업무지만, 내가 수능 감독이라 그렇게 행복했던 적은 교직생활 10년 만에 처음이었다.
집을 나오는 내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나는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신나게 학교로 달려갔다.
그게 내 진심이었다.
수능 감독관 회의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또 바빴다.
잠깐 두세 시간 나와있었는데, 그걸로 급속 힐링이 되었는지 집에 가서 아이들이 어쩌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저녁때가 되었으니 또 뭘 해먹일까 생각에 분주해졌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울상이었던 둘째가 버선발로 뛰어나왔다.
첫째도 나의 귀환을 몹시 기뻐하며 반겨주었다.
월요일과 화요일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반 미친 엄마였던 나도, 오늘 오후에는 다시 이성적인 엄마가 되었다.
나는 확신했다.
휴직은 나와 맞지 않아.
나는 어떻게든 일을 해야 해. 집을 나가야 해.
아이들과 하루 종일 엉켜있는 건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좋지 않아.
나는 출근으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야.
내가 어디 멀리 떠나는 것도 아니고,
나는 항상 아침에도 저녁에도 아이들과 함께 하니까,
그걸로 충분하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
나는 그런 엄마이고, 그런 사람이라는 것.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소중해서 당장이라도 휴직하고 싶다는 동료들의 이야기도 종종 듣지만,
나는 아이들이 소중하고 나 자신도 소중하기 때문에 일을 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리고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그게 맞다.
그렇기에 36개월까지는 애와 집에 있어야 한다는 애착 이론은 나에게 적용되지 않는 걸로 하기로 했다.
그렇게 있다가는 내가 좋은 엄마가 되기 힘들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 직업이 야근이 많거나 예상치 못한 출장이 많거나 한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결론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나는 내 직업이 더 소중하고, 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일 수능 감독을 간다는 얘기를 첫째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하는데, 아이는 눈물을 흘렸다.
엄마가 10시간이나 집에 없다는 생각에 슬퍼졌단다.
그런데 엄마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설명을 했더니 또 이해를 해준다.
7살의 너, 정말 많이 컸다.
어쨌든 내일은 수능 감독이라, 빨리 잠자리에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