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아이 둘을 키우기.
둘째는 21개월이 되었지만 아직도 말문이 트일 기미가 안 보인다.
29개월에 문장으로 말한 첫째의 기록을 찾아보니, 그래도 첫째는 20개월 즈음엔 주세요, 안녕, 까까 등등을 했다고 한다.
둘째는 첫째보다 더한 놈이구나.
코로나로 키즈카페니 놀이공원이니 그런데도 안 가고, 둘째는 조동 모임도 없으니 비교대상이 없어서 더 경각심을 가질 수가 없었는데, 문득 21개월 아기가 할 수 있어야 하는 것들의 리스트를 보며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이 새벽에 갑자기 잠이 깨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나는 첫째 때 참으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13개월에 복직해서 아이가 5세 때 남편 따라 지방에 내려가느라고 휴직하기 전까지,
느린 아이라 매일 발을 동동 굴리면서 치료센터니 병원 예약이니 한 번도 시기를 놓친 적이 없었고,
아이의 사회성 발달, 경험 확장을 위해 부단히 도 움직였다.
퇴근 후에 아이를 데리고 아쿠아리움을 매주 갔던걸 생각하면 진짜 대단해…
둘째를 대학병원에 처음으로 데려갔던 때,
교수님은 둘째 아이에게 당장 치료적 개입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 아이가 잘 커도 6-7세가 되면 ADHD나 화용 언어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마이너 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교수님,
지금 저희 첫째 얘기하시는 거군요.
5살 아래의 둘째는,
신천지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날 태어나,
마스크 시대에 살고 있는 코로나 시대 베이비.
그래도 작년 한 해는 지방 소도시에서 코로나의 확산세를 피해 잘 버텼고,
올해는 내가 복직했지만, 육아시간과 직장 어린이집으로 마스크 안 쓰고 잘 버텼다.
내년에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면, 이제는 이 예민하고 까칠한 아이에게도 마스크를 씌워야 한다.
둘째도 느린 아이라는 걸 알면서도 첫째 때만큼 노력을 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이제는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런 무력감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무력하게 있어서는 안 되는 시기가 왔다.
아이는 점점 커가고 또래와의 격차가 커지지 않게, 이제는 적극적인 개입을 해야 한다.
그동안 나의 몸과 정신이 둘째를 위해 달릴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면, 지금이 적기이다.
이제는 정말로 달려야 할 시기이다.
올해가 거의 끝나가고 있음은 스타벅스 연말 프리퀀시 이벤트가 한창임을 통해 깨닫고 있다.
아들들 케어뿐만 아니라 주말부부 생활로 정말 힘들었던 2021년,
그래도 그런 상황에서도 나를 버티게 해준건 이 두 아들들이 나에게 보내주는 사랑 아니었을까.
내년에는 좀 더 힘내야 할 것 같다.
둘째의 언어 치료도, 첫째의 초등학교 입학도..
그리고 내년은 분명 올해보다 훨씬 좋은 한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