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여행이 뭐 별건가요.

by 메이

코로나와 둘째 출산을 동시에 겪을 무렵, 나는 남편 회사의 지방이전으로 전라도에 거주 중이었다. 태어나서 20년을 경상도에서 살고, 대학 때부터 쭈욱 수도권에 살면서, 전라도에서 산다는 살아보는 것은 또 상당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같은 나라이면서도 묘하게 풍토도 다르고 음식도 달랐다. 그때 전라도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나는 그때 연고도 없고 친구도 없는 타지에 남편 따라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가는 것에 대해 엄청난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전라도에서 지내면서 이 곳에 머무는 기간동안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하면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생활여행자'. 내가 이번 기회에 그 '생활여행자'가 되어보는 것은이었다.


그때부터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놀러 갔던 곳, 먹으러 갔던 곳을 꼼꼼히 기록했다. 친구들은 나를 오랜만에 만나러 올 겸 해서 전라도에 놀러 오기도 했다. 그때 친구들이 놀러 올때마다 친구들의 니즈에 맞게 내가 가보았던 곳을 기록해 놓은 것을 찬찬히 리뷰하며 친구들에게 소개할만한 곳을 다시 한번 방문하기도 했다.


나도 복직을 하고 남편도 이직을 하면서 우리는 전라도에 살 일이 다시 있을 확률이 매우 낮지만, 3년이 지나 생각해 보니 정말로 전라도에서의 2년은 여행 같은 시간이었다. 현지인(?)들과 친해지고, 현지 맛집을 다니고, 현지에서 좋았던 곳을 두 번 이상 가보고, 장기 여행자의 특권을 마구 누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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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꼭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거나 각을 잡고 어디론가 떠나려고 계획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내 생활은 언제든지 여행이 될 수 있다. 당장 오늘 나의 점심시간도 여행이 될 수 있다.


네이버에서 여행의 정의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여행[旅行] :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인천에 사는 내가, 오늘 점심시간에 김포에 요즘 핫하다는 모래놀이가 있는 예스키즈존 브런치 카페에 둘째 어린이집을 결석하고 가기로 했다고 한다면, 위 정의에 따라 나는 여행을 간 것이다. 새로운 곳에 유람을 목적으로 기대감을 갖고 가보는 것,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고 새로운 공간을 음미하는 것, 그것이 여행이지 뭐가 여행이겠는가.

휴직을 해도 아이 둘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니 친구들을 아주 가끔 만날 수 있는데, 친구들을 만나더라도 평소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인테리어가 멋진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만난다거나, 주변에 멋진 산책로가 있는 브런치카페를 간다거나 하면, 그 또한 짧고 멋진 여행이 될 수 있다.


물론 1년에 한두 번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해서 각 잡고 여행준비를 하기도 한다. 나는 MBTI에서 파워 J라 계획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원래 해외여행은 무계획으로 가야 제맛이라고 생각하고 장기 여행을 떠날 때도 호텔조차 예약 안 하고 가던 사람이지만, 아이를 낳고 완전 180도 바뀌었다. 무계획=아이들의 징징을 감내해야 하므로) 하지만 계획을 하더라도, 현지에서 생기는 변수에 대해 스트레스받지 말 것. 계획을 할 때부터 이건 유동적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며 계획한다.


고향이 경상도라 설 연휴, 부모님 생신 때마다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우리 부부는 국내 여행을 멀리 가는 것을 즐기지도 않는다. 다만, 여행하는 마음 자세로, 근처 30분 거리의 장소라도 설레는 마음으로 간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일상에서 여행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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