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20분 자투리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죠.
올해 결혼 10년 차인데, 작년 이맘때쯤 6번째 집으로 이사를 왔다. 이사를 자주 다니면 버리기가 잘 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아이 둘이 5살 터울이니 첫째가 쓰던 물건을 버리기엔 좀 아깝고 갖고 있기엔 5년 후에나 쓸 물건들인데 그 모든 용품을 이고 지고 돌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어떤 집으로 이사를 하더라도 정리가 안되고 너저분하다. 서랍장을 더 사서 물건을 넣어보기도 하고, 박스에 아이 옷을 넣어서 '3살 용'이라고 나름 정리해보기도 하곤 했지만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안 나서 못쓰고 지나가거나 새 물건을 사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정갈한 삶, 정돈된 삶은 작년 버킷리스트에 나름 상위 목록이었는데, 한 해가 다 가도록 여전히 집이 너저분했다. 집에 특히 너저분한 스폿이 꼭 몇 군데 있다. 책장, 팬트리, 주방장, 화장대 위아래, 화장실 수납장 등등... 최근에는 그런 공간들이 제대로 정리가 되어 있으면 시간을 훨씬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습관적으로 아무렇게나 물건들을 쌓아 올려두었던 버릇을 고쳐보기로 했다. 좀 더 동기를 부여하려고 연말 즈음해서 정리 소모임을 시작했다. 더불어 둘째가 부쩍 커서 유아 때 쓰던 물건들을 차차 정리하기 시작해도 되는 시기가 되기도 해서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거나 당근마켓에 내놓을 수 있게 되기도 했다.
12월 한 달 동안, 하루 10분-20분은 정리를 마음먹은 공간을 싹 뒤집어엎어 새롭게 정리하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아이들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아이 둘 다 기관에 간 후, 아이들이 잠든 후)에 결심한 공간을 정리했다. 정리를 하다 보니 버릴 물건이 어찌나 많은지. 정말 쓰레기를 이렇게 많이 껴안고 살았다는 사실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저렴하다고 여러 개 사놓고 쓰지도 않는 용품들, 독학하겠다고 사놓고 표지만 보고 뿌듯함에서 끝나버린 책들, 음료를 먹고 난 후 용기가 예쁘다며 모아놓은 병들, 아이가 더 이상 갖고 놀지도 않는데 쌓아놓은 교구들까지. 한꺼번에 하지는 못하니까 한 달 동안 조금씩 꾸준히 정리하고 버렸다. 그러고 나니 앞으로 물건을 살 때는, 혹은 물건을 집에 두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이것이 '진짜로' '이만큼이나'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로 했다.
최근 발간된 '잘되는 집들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정리 컨설턴트인 작가 정희숙 씨는 '좋은 정리는 집에 있는 기존 물건을 버리는 일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떤 물건을 내 공간 안에 들여놓을 것인가도 고민하게 한다'라고 했다. 공간을 넓게 쓰고 쾌적하게 쓰려면 기본은 버리기. 그리고 새롭게 구매할 물건에 대해서도 주체성을 가지고 결정하기. 집을 안식처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에 대해서 너무 관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올해는, 아이들이 정리 정돈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정했다. 내가 정리를 하는 것들도 결국은 아이들 물건이 제일 많은데, 적어도 아이들이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은 스스로 장난감통에 제대로 정리해서 정리함을 제자리에 넣어두기, 음식을 먹고 나면 그릇은 싱크대에 갖다 놓기, 물놀이를 했으면 물놀이 장난감을 제자리에 갖다 놓기와 같은 기본적인 것들 말이다. 첫째가 ADHD라고, 둘째가 발달장애라고 그간 아이들 스스로 정리하는 것에 대해 내려놓았었는데,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정리를 안 시킬 이유는 없다. 그 실랑이가 싫어서 '그냥 내가 하고 말지'라는 마음이 컸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더더욱 정리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집에서 연습해야 한다. 다만 내 정신 건강을 지키는 선에서 아이들을 도와주며, 소리 지르지 않으며 함께 정리하기. 또 아이들 물건을 버릴 때는, 아이들 물건은 비록 내가 구매하긴 했지만 그 물건에 대한 감정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을 텐데 내가 마음대로 버리는 것보단 아이들의 의견을 묻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앞으로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기관에서 만들어온 작품들도 모두 보관할 순 없으니 며칠 두었다가 동의를 구하고 버린다. 조금이라도 아쉬워하면 사진을 찍어놓고 버릴 수도 있다.(하지만 우리 아들들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연말정산을 위해 기부한 내역을 보니 '굿윌스토어'에 기증한 물건으로 기부금 공제를 꽤 받았다. 굿윌 스토어는 안 쓰는 물건을 기증하면 환경보호와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내역을 보니 작년에 5번 기증을 했었다. 안 입는 옷, 안 쓰는 그릇, 아이들의 작아진 옷과 신발 등이 조금만 쌓이면 기증하기 버튼을 누른다. 일단 기증하겠다고 신청을 해 놓으면, 택배 방문으로 기증하려면 한 번에 최소 3박스 이상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기증할 물건을 찾아내서 기증할 박스에 넣는다. 우리 집에서 잘 안 쓰는 물건은 줄이고, 장애인 일자리도 창출하고, 환경 보호도 하고, 기부금 공제까지 받으니 안 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노력했지만 우리 집은 여전히 너저분하다!
하지만 적어도 노력을 했으니 안 했을 때보다는 낫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조금씩 정리하고 버려야지.
For every minute spent organizing, an hour is earned.
정리를 위해 1분을 쓸 때마다, 1시간을 절약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