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불안에 떨 필요 없이
나는 방학을 맞이했고, 아이도 방학을 맞이했다.
느린 둘째에 온통 신경이 가있느라, 너는 이제 이 정도면 됐다 하고 그간 제쳐두었던 첫째에 대한 걱정을 조금씩 적어본다.
첫째는 며칠 전 풀배터리 검사를 했다.
사전에 받았던 무수한 질문의 설문지에, 나는 3일에 걸쳐 답을 하고 제출했다.
아이도 병원에 가서 1시간 40분 남짓의 테스트를 했고, 테스트 후 나는 검사자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검사자가 진단을 내려서는 안되지만 그분조차도 우리 첫째 아이는 ADHD가 있고, 약물을 다시 시작해야 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역시.
이젠 별문제 없이 잘 크고 있다고 믿고 싶었던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나 봐.
하지만 40만 원 넘는 돈을 주고 이 검사를 한 것은 '역시나 내 아이는 문제가 있었어'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냥 막연하게 '얘가 왜 이렇게 일상이 어렵지, 얘가 왜 이렇게 과제 하나에 집중을 못하지 하지' 하던 부분을, 이제는 검사라는 근거를 기반에 두고, 정확히 아이를 파악한 후 조금씩 해결해 줘야겠다는 강력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초2 때 약을 먹이기 전에 했던 CAT 검사(Comprehensive Attention Test)에서, 하필이면 검사받는 도중에 병원이 너무 소란스러워서 아이가 더 집중을 못하는 환경에서 검사가 시행되었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약을 시작하면서 굉장히 찝찝했다. 한번 더 테스트를 보면 테스트 결과가 오염될 수 있고, 돈도 또 들고, 사실상 천근아 교수님이 자폐는 이제 벗어났고 adhd 정도는 남아 있을 수 있겠다고 말씀하셨던 것에 기반해서, 또 '아이가 집중을 잘 못하는 것 같으니 먹여야겠다' 정도의 의도로 시작했기 때문에, 아이가 식욕이 떨어져서 잘 못 먹을 때, 다른 아이들은 키가 쑥쑥 크는데 우리 아이가 정체되어 있을 때, 나는 단약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담임 선생님의 피드백도 있었고, 공개수업에서 내가 관찰한 모습도 있었고, 제대로 차근차근 검사도 받았고, 아이의 좀 더 나은 일상생활을 위해 약을 다시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더불어 이번 방학은, 나도 주변을 조금씩 정리하는 시간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두 아이의 물건이 늘어가면서 나 자신조차도 주변 정리가 안 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번 방학, 나도, 그간 물건들을 켜켜이 쌓아두었던 공간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야겠다. 그동안 읽겠다고 사두었던, 빌려두었던 책들도, 하나씩 차근차근 읽어나가야겠다.
그렇게,
같이 성장해 나가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