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이 두렵지 않은 나에게

이 글은 새로운 시작이 두려워서 며칠 잠을 설친 나를 위로하는 글입니다

by 메이

학교에서 호기롭게 새 업무를 맡았다.

무려 글로벌 업무!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글로벌 업무의 메인은 아이들 30명을 인솔해서 일본에 직업탐방을 가는 업무이다. 국제교류 활동을 많이 해 본(애 낳게 전에, 아 그러니까 11년 전에) 나로서는 이제 애들도 좀 컸으니 다시 내가 좋아하던 업무를 해볼까 하고 지원을 했다. 그런데 학생들을 데리고 해외 나가는 일이 진짜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뚜껑을 열어보고서야 알았다.

아, 이 업무는 내가 지원했던 업무지?

나에겐 다른 업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이 업무를 선택했다.

왜! 도대체 왜!


3월 초부터 숨 가쁘게 업체를 선정하고, 일정을 확인하고, 학생들을 선발하고, 학생들 대상으로 사전 교육을 시키고, 사전 답사 2박 3일에(그것도 교감이랑 단둘이...) 아이들 인솔해서 가는 일정은 3박 4일이다. 엄마 배 만져야 잠드는 둘째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내가 2월 동안 잠을 설친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고1 담임을 하고 싶다고 소문을 퍼트리고 다녔고 업무분장 희망원에도 강력하게 썼건만 나는 나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고2 담임이 되었고, 수학여행을 또 2박 3일 간다. 그러니 뭐, 올해는 10일가량 학교 업무로 집을 비우게 된다는 것.


10일간 내가 없을 때 울고 불고 난리 날 것 같은 우리 둘째가 걱정되어서 잠을 설쳤던 걸까.

첫째가 새롭게 다니게 된 대형 어학원 숙제(어마어마하게 많다...)를 남편(따위)이 잘 챙겨줄 수 있을까, 그런 걱정에서 잠을 설쳤던 걸까.


그리고 영어과 선생님이 증원되어서 살인적이었던 시수가 줄어든다고 하더니, 웬걸? 여전히 19 시수잖아.. 하루에 업무 할 수 있는 시간은 1-2시간 밖에 안되는데 담임에, 글로벌업무에, 공모제로 예산까지 받아온 동아리 사업까지. 과연 나는 화장실에 갈 시간은 있을까.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리고 나는 필사적으로 칼퇴를 사수해야 하는 사람이지 않는가... 여전히 퇴근 후엔 둘째 발달 센터 라이딩으로부터 시작해서 저녁식사 준비, 애들 씻기기, 첫째 숙제 봐주기, 둘째 책 읽어주기 등등 제2의 출근에 맞먹는 새로운 업무가 펼쳐지지 않겠는가.


그런 불안감에 2월 내내 잠을 설쳤던 것 같다.


문득 2년 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업무를 네네 하면서 받아 놓고선 자괴감과 우울감으로 남편과의 관계가 최악이었고 우울증 약까지 처방받아먹었던 그때가 떠올랐기 때문일까.



뭐 어쨌든 3월에 들어서자 살짝 해탈하게 되었다. 과도하게 걱정해 봤자 어차피 닥치면 다 하게 된다는 생각으로 전환되었고, 바쁜 와중에 업무 시간을 확보할 방법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란 생각. 그리고 365일 중에 10일 집을 비운다고 둘째에게 퇴행이 올 것 같지도 않고, 애 아빠도 10일 정도는 애들 공부도 시켜보고, 가끔 시어머니도 소환해서 애들 좀 봐주시고 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게다가 애들에겐 엄마가 가끔 해외 출장을 가기도 하는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킬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일단 뭐 그런 긍정회로를 돌려본다.


그럼에도 분명, 올해 상반기는 말도 안 되게 바쁠 것이다. 한정된 시간과 넘쳐나는 업무로 인해 멘털이 가출할 날들도 있겠지. 그러므로 내게 필요한 것은, 정신건강과 신체건강.


- 새벽에 일어나서 요가를 꼭 하고

- 의식적으로 건강하게 음식을 먹고

- 꾸준히 영양제를 챙겨 먹으며

- 나의 언행에 주의를 기울여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한다.


- 새벽에 하루 일정을 생각하고, 미리 준비해 둘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미리 해두어 멍청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 노션을 활용해서 매일 할 일을 정리하여, 빵꾸 없는 업무수행을

- 공문을 두세 번 꼼꼼하게 읽어서 두 번 세 번 다시 수정기안 하는 일이 없도록,


아,

써놓고 보니

별거 아니네.



오늘 나의 출근,

오늘 새 학년을 맞이하는 두 아들,

그리고 나의 이른 출근을 위해 둘째 등원을 담당해 주기로 한 남편까지,


우리 모두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하루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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