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빠르게 이동!
올해 학교에서 맡은 업무 중 가장 큰 업무는 학생들을 데리고 해외에 나가는 프로그램이다.
기획에서부터 3단계에 걸친 학생 선발, 그리고 사전 답사 차 해외출장을 걸쳐 여름방학 때 아이들을 4일 동안 일본의 기업체 방문을 하는, 뭐 그런 업무이다.
그리고 올 것 같지 않던 사전답사 날이 다가왔다.
그 전날까지도 시험문제 출제에 허덕이며,
우리 반 아이들끼리 난 싸움을 해결하느라 또 허덕이며,
또 수업시수는 왜 이렇게 많은지
그 와중에 우리 집 ADHD 1호와 자폐 2호는 그 사이에 그야말로 알아서 크는 중이었다.
그리고 해외 출장 전날,
멀리 지방에서 시어머니가 올라오셨고, 아이들은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했다.
물론 나는 육아해방에 신남과 걱정의 감정이 혼재하며 답사를 준비했지만, 걱정이 8할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출장 당일 날,
비행기를 타러 간 내 다리는 왜 이렇게 가벼운가.
비행기에 올라타 그동안 읽겠다고 째려만 보고 있었던 책을 펼친 것이 왜 이토록 감격스러운가.
권위주의 색채가 매우 짙은 교감선생님과 둘이 간 출장이라 주변 선생님들은 나를 엄청나게 걱정해 주셨지만 사실 나는 교감선생님이 권위주의적이든 뭐 심지어는 독재자든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저 비행기에 올라타 책을 펼칠 수 있었던 것에 감격했을 뿐.
출장 3일 내내 사실 시어머니가 둘째 언어치료에 늦지 않고 데리고 가셨는지, 첫째 숙제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체크하긴 했으나, 업무가 끝난 밤에는 혼자 호텔 침대에 누워서 밀린 일드도 싹 보고 혼자 산책도 나갔다가 사진도 여기저기 찍으며 혼자 여행온 척하며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출장 마지막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부터 현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내일은 심지어 남편이 1박 2일 워크숍이라 했다. (사실 그건 아무 상관이 없다.)
어찌 됐건 아이들 아침식사 저녁식사 챙기는 것부터 빨래, 설거지 그리고 치료실 데리고 가는 것.
그리고 다시 화장실 갈 시간도 아껴가며 업무를 해야 하는 학교 현실.
3일간의 출장이 끝난 그다음 날, 하필이면 수업도 많은 목요일,
진짜 빠르게 현실로 복귀했다.
마치 일본에는 몇 년 전에 다녀온 사람처럼.
여전히 우리 반 아이들의 싸움은 해결되지 않았고
시험문제는 여전히 제출을 못했고
국외공무출장보고서까지 업무가 추가된 걸 보니
아 어디 갔다 오긴 했나 보다.
그리고 치료실에 둘째를 넣어놓고 업무하고 있는 나를 보니,
빠르게 현실 적응하는 모습이 기특해지려고 한다...?
하지만 그 일탈이,
또 일상을 살아가는 데 작은 활력소가 되었던 것은 확실하다.
오늘은 느린 학습자 부모교육 들으러 가는 날,
현실에서 최선을 끌어 내도록,
또 노력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