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말하고 싶다는 뜻이야
특수교육대상자로 유치원 생활 2년 차에 접어든 우리 둘째 맑음이는, 그 사이에 또 성장을 많이 하긴 했지만 여전히 참담한 사회성과 또래 수준보다 언어가 한참 떨어진다. 버퍼링이 걸린 것처럼 말을 시작해 놓고 '나는! 나는!!'을 한 두세 번 반복한 후에 원래 할 말을 까먹은 듯 엉뚱한 말을 할 때도 있다, 억양은 정말로 잘 안 고쳐지는데, 그 단조로운 억양이 맑음이를 '뭔가 다른 아이'로 인식하게 하는 요소이다.
그럼에도 엄마 입장에서는, 36개월 넘어서 말을 시작한 녀석 치고는 꽤 의사전달도 하는 편이고 단체생활에서는 특히나 문제를 안 일으키는 정도가 아니라 단체생활을 좋아해서 온갖 행사에 적극적인 편이라 '진짜 많이 컸다!'라는 말이 절로 새어 나온다. 어제는 유치원에서 '나의 미래직업 패션쇼'로 공개수업을 했는데, 맑음이는 유치원 통틀어 가장 구체적인 직업을 선택했다. 무려 공항철도 직통열차 기관사! 그런데 워킹도 포즈도 심상치 않게 잘했다. 엄마 눈물을 쏙 뺄 정도로. 다른 일반 아이들 중에서도 엄청 긴장해서 중간에 얼음이 되어 서버린 아이도 있고, 끝나고 엉엉 운 아이도 있었다. 생글생글 웃으며 파워 당당하게 워킹하고 포즈 취한 너, 무대 체질 인정!
그런데 놀라웠던 것은, 사회성 제로인 맑음이가 점점 주변 사람들을 인식하고 있긴 하다는 사실이다. 패션쇼가 끝나고 작년 선생님한테 가서 안기고 사진 찍고 싶다고 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심지어 오늘 아침에는 '나도 친구들처럼 말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친구들처럼 말하는 게 어떻게 말하는 거야?'라고 물었더니 '멋지게 말하는 거야'라고 답한다.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그런 생각도 했어? 대단한데~ 그런데 맑음이 도 너무나 멋지게 말하고 있어!'라고 토닥이고 꼭 안아주었다. 넌, 진짜로 너무 멋지게 잘하고 있거든.
메타인지가 생겼나 보다. 내가 어떻게 말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생겼다. 남과 비교해 보고, 내가 좀 다르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발전의 물꼬를 틀 거라고 믿는다. 비관적 비교가 아닌, '나도 잘하고 싶다' 정도의 인식이면 좋겠다. 특교자로 유치원 통합반에 오길 정말 잘했다. 적절한 한 반 정원에,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많은 어른들과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는 친구들. 맑음이는 그 통합 환경 속에서 이만큼 성장한 것 같다.
일찍 퇴근을 하고 아이와 재래시장에 갔다. 생선가게 앞에 소쿠리에 누워있는 생선들을 보며 맑음이가 '불쌍해'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또 내 귀를 의심했다. 뭐야!! 공감능력까지 생긴 거야?!! 너 그런 말 한적 한 번도 없잖아!! 감정표현을 하다니. 심지어 자신이 아닌 타인도 아닌 생물에게 까지?! 또 혼자 오버액션을 하며 시장바닥에서 눈물을 훔친다.
너의 발전이 더더욱 기대된다. 너의 발전에 매일 울어도 좋다.
눈부시게 아름다울 5월의 시작,
이번 달에는 또 어떤 놀라움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