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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아이에 준해서 교육해 달라고 했는데

대화 끝난 지 2시간 만에 좌절했었던 어제...

by 메이 Mar 28. 2025

지난주에 둘째의 유치원 특수교육대상자 개별화교육회의가 끝나고, 어제는 유치원 통합반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이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맑음이가 얼마나 유치원 생활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셨고, 나는 당연히 아이의 칭찬에 감개무량하긴 했으나 그것이 '특교자치곤 잘한다'라는 프레임 내에 있다는 사실이 내심 불편했다.


개별화교육회의에서도 여러 번 말씀드렸듯, 우리 아이는 장애등급 없이 완전통합의 특교자로 학교생활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의 '특교자치곤 잘한다'라는 피드백은 사탕발린 소리 같다는 거. 일반 아이들 사이에 풀어놓으면 확연하게 다름이 도드라지는데도, 일반 아이들 사이에 풀어놓은 우리 둘째를 자주 보지 못하는 엄마 입장에서는 '그래도 우리 아이가 잘하고 있구나' 하고 안심하게 하는 독약 같기도 하다는 사실에, 선생님께 또 한 번 부탁을 드렸더랬다.


선생님, 저희 아이, 일반아이들이 하는 활동에서 부족한 점이 있으면 지도해 주시고,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집에서도 연습시킬게요.



유치원 상담을 마치고, 조금 일찍 아이를 하원시킨 후 유치원 근처 놀이터에서 노는데, 같은 반 아이 두 명과 마주쳤다. 처음에는 서로 반가워하며 노는 듯하더니, 1분도 되지 않아서 우리 둘째는 혼자 저~ 멀리 가버렸다. 둘째에게 가서 몇 번 얘기해 봤지만, 같이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며 버스를 타고 어딜 가야 한다느니 언어치료센터에는 오늘 안 가고 싶다느니 등등의 온갖 말을 해댔다. 안 되겠다 싶어서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차로 가려고 하는데 또 같은 반 아이 엄마를 만났다. 둘째는 그 엄마를 보자마자 '00이 집은 몇 층이에요?!'하고 천둥번개 같이 큰 목소리로 물어봤다. '맑음아~ 안녕하세요부터 해야지...' 하며 머쓱하게 웃는 나 자신이, 그 당시에는 비참하다고 까지 느껴지진 않았지만, 오늘의 이 일련의 모습들에서 아까 담임선생님께 '일반아이에 준하게 교육해 달라'라고 부탁한 것이 얼마나 과한 부탁이었는지를 느낄 무렵에는 선생님께 죄송함과 더불어 좌절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또 눈물이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에잇!


그래서 차에 탄 후에도 자꾸만 아무 말 대잔치를 해대는 둘째에게 조금 화를 냈다. 조용히 하라고 소리도 질러보고 둘째의 질문에 답을 하지도 않았다. 내 머릿속 맑음이와 현실의 맑음이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느꼈다.


그 와중에도 놀이 짝치료를 다녀오고, 또 저녁밥도 정성스레 해 먹였다. T 엄마로 돌아와,  아까의 좌절감을 털고, 아이를 붙잡고 얘기했다.

'맑음아, 아까 00이 엄마를 봤을 때는 어떻게 얘기하면 좋았을까?'

'안녕하세요! 해야 해요.'


'엄마가 차를 갖고 왔는데 버스 타겠다는 얘기를 한다고 해서 버스를 탈 수 있을까?'

'버스 못 타요'


그렇게 이성의 줄을 붙잡고 얘기를 나누니 아이는 또 옳은 대답을 해 낸다.

다만 너의 전두엽이 그 상황에서는 제대고 작동하지 않았겠지.



그렇게 하나하나,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친절하게 알려주는 엄마가 되는 게

내 목표가 아니었던가.


주변에 아는 특교자들이 초등학교에 가서 얼마나 힘들게 생활하는 걸 봐서,

그리고 우리 학교에 있는 완전통합 특교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매일 보고 있어서,

내가 마음이 많이 조급했나 보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다시 내 역할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보자.



오늘도,

오늘도 너에게 친절히 알려주는 엄마가 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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