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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의 메이저 대학병원 진료, 그리고 일상

목표설정, 그리고 실행

by 메이 Mar 18. 2025

3월 개학을 앞두고, 발달계의 쌍봉낙타 서울대 김붕년 교수님과 세브란스 천근아 교수님을 뵙고 왔다.


작년 이맘때쯤 김붕년 교수님은 우리 둘째 맑음이에게 눈에 띄게 자폐가 있고 당장 aba를 시작하라고 하셨다.

그러고 3개월 후 쯤 뵈었던 천근아 교수님은 맑음이에게 가능성이 많으니 잘 키워 보라고 하셨다. 다만 인지가 좀 부족할 수 있으니 언어치료를 통해 인지를 끌어올리라고 하셨다. 이렇게 상반된 두 쌍봉낙타의 의견에 나는 좀 혼란스러웠다. 엄마가 체감하기에 맑음이는, 천근아 교수님의 평에 좀 더 가까웠다. 그 후 나는 복직을 했고, 그 와중에 하던 치료들을 계속 지속했고, 또 10월 즈음엔 압구정 모아소아정신과에 가서 진료도 보고 종합심리발달검사도 했다. 


그리고 지난 2월 말,

김붕년 교수님은 그 사이에 맑음이가 많이 컸다고 하셨다. 말도 잘 알아듣고 의견도 잘 말하는 편이니, 단체 생활이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하셨다. 태권도도 다녀도 될 것 같고, 규칙을 이해하고 지키려고 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도 하셨다. 

김붕년 교수님 진료 1주일 후에 찾아뵌 천근아 교수님도 맑음이가 그 사이에 많이 컸다고 하셨다. 하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씀하셨고, 치료는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특교자 일반학급을 목표로 하고 달리자고 하셨으니, 내가 생각했던 그 모습이다. 우리 학교에 완전통합으로 있는 순수한 특수반 아이들.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다행히 맑음이는 새 담임 선생님+작년의 특수선생님 조합으로 6세 형아반을 맞이했다. 새 담임선생님을 너무나 좋아했고, 이제 유치원 2층으로 올라가게 된 것도 좋아했다. 종종 피곤해 해서 태권도에 가지 않겠다, 유치원에 결석하고 싶다 등의 얘기는 했지만, 그건 나도 그렇다 맑음아. 나도 학교 하루 쉬고 싶다. 


특수교육대상자 신분을 달고 완전통합으로 일반반에 있는 것이 정말로 녹록치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험난하고도 잔함이 있는 완전통합의 길.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완전통합이 얼마나 어려운 길인지 나는 매일 보고 느낀다. 정말 통합교육에 뜻이 있거나, 나처럼 가족 중에 특수교육대상자가 있거나 하지 않고서는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서 여전히 특수교육대상자는 '특수교사의 몫'으로 여겨지는 통합교육. 


얼마전 맑음이와 비슷한 양상을 가진 유치원 선배(?)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아이가 지시를 잘 수행하지 못하겠으니까 그냥 자기 자리에 앉아서 그림만 그리고 있었다는데 선생님께서 터치하지 않으셔서 하루종일 그림만 그리다 왔다는 얘기를 발달센터에서 그 아이의 엄마로부터 들었다. 어쩌면 교사 입장에서는 아이가 착석을 해서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 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무 문제 없이 하교를 시킨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아는 그 아이는 1대 1로 다가가서 지시해주면 잘 따를 것 같은 아이였기에 너무나 아쉬움이 남고, 그게 우리나라 학령기 통합교육의 현실이라는 것이 씁쓸했다. 


어제는 내 수업에서 클래스카드 앱을 사용하여 단어 게임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완전 통합으로 있는 특교자 아이가 참여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다가가서 그 아이의 휴대폰에서 앱을 열고 참여코드를 넣고 어떻게 게임에 참여하는지 알려주었다. 놀랍게도 아이는 영어 단어를 많이 알고 있었다. 일반 아이들보다도 더 많이! 내가 클래스카드 앱을 열지 않고 앉아 있는 아이를 그냥 두었다면, 아이는 그냥 멍하니 앉아 이었겠지. 그리고 그런 경험은 그 아이에게 무수하게 많을 것이다. 그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이번 주에는 개별화교육협의회가 있다. 지금 학교 업무도 너무 바빠서 전화로 넘길까 했지만 수업을 교환하고 대면 협의에 참가하려고 한다. 그리고 '특교자 중에 좀 잘하는 편인 애'로 칭찬해주지 마시고, 완전통합의 환경에서 자기 몫을 잘 해낼 수 있는 아이로 개별 교육 지원 부탁드린다는 말을 드리러 갈까 한다. 2년 남은 학교 생활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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