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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한마디에 감동해서 울 수도 있다.

상황에 적절한 사회적 대화를 하다니...

by 메이 Jan 21. 2025

놀이터에서 한 두 살 어려 보이는 아이와 우리 둘째 맑음이가 부딪혔다.

둘 다 넘어졌지만, 씩씩한 맑음이는 툴툴 털고 일어났다.

그런데 상대 아이는 엉엉 울어버렸다.

맑음이는 잠깐 그 아이를 보더니 '미안해. 괜찮아?' 하는 말을 던지고, 미끄럼틀로 달려가버렸다.


오잉?


미안해?

괜찮아?


네가 그런 상황에 적절한 

사회적 대화를 한단 말이야?

영혼은 없었지만

이 상황에 너무 적절했잖아?

치료실에서 그렇게 열심히 배웠던 걸 이제 일반화시키는 거야?


내 머릿속엔 환호의 팡파르가 팡팡 터졌다.

'미안해, 괜찮아' 그 두 마디 했을 뿐인데.

웃프지만 앞에서 울고 있는 이 아이는

우리 아이에게 훌륭한 '현장 실습' 대상이었는지도.




특교자 생활 1년 차, 치료실 생활 4년 차를 맞이한 우리 20년생 둘째.

얼마 전 장애 등급을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정상도 아니고, 그 애매한 '경계선'이라는 의사의 진단에 좌절했던 나는, 이 아이에게 세상이 어떤 라벨을 붙이더라도, 그러든가 말든가 아이는 아이 속도대로 크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끝없이 조잘조잘 대는 것도,

똑같은 패턴이 있어서 머리가 지끈 거릴 때도 있다.

너의 모노톤의 억양도,

끝만 올리는 형태의 의문문도,

그 모든 게 어떤 순간에는 끝이 안 보이는 터널을 통과하는 중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사실은,

내게 언젠가 '엄마'라는 말을 들려줄까 하고 걱정했던 네가,

꽤나 알아들을법한 말로 종알거릴 수 있는 것은,

4년 차 치료실 생활 덕인가,

유치원 특수반의 서포트 덕인가,

아니면 너는 원래 그렇게 클 아이였던 것일까.


선후 관계야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너의 '미안해, 괜찮아?'는 

놀이터에 덩그러니 서있던 엄마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던

명대사였어.


너의 성장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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