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랑스러운 애일 수도 있고
지난 토요일,
아이가 학령기에 겪을 어려움을 생각하며, 자폐 장애 등록을 결심하고 찾아갔던 병원에서 장애등록을 위한 검사를 했다.
이 녀석의 다름을 인지한 이후 정말 수없이 많은 검사를 해왔다.
어느 때는 아이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부모 설문에서 굉장히 관대하게 대답했다.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고, 그것도 할 수 있는 것 같고...?
그런데 이 날, 자폐 장애등록을 위한 검사에서는 달랐다.
- 스스로 양치질을 하나요?
- 하긴 하지만 한번 화장실에 들어가면 화장실에 있는 목욕용품들을 다 짜서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나온다.
- 골고루 먹나요?
- 아침엔 계란밥만 먹고, 먹어본 음식만 먹고,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지 않으려고 한다.
- 다른 사람과 적절히 소통하나요?
- 부모랑은 좀 되는 듯 하지만, 또래랑은 아예 안된다. 아예 투명인간 취급한다.
- 책은 좀 읽어주시나요? 책을 읽으려고 하나요?
- 책도 읽는 것만 본다. 지금 5개월째 '은지의 첫 공항 나들이' 매일 밤 읽고 있다.
뭐 이렇게,
과장?을 해서라도 아이가 '못한다'에 초점을 맞춘 대답을 했다.
그런 대답을 하고 있는 나는, 물론 목표가 뚜렷했기에 그랬지만, 마음이 쓰렸다. 동시에 내가 또 거짓말은 하고 있는 건 절대 아니었기에,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던 맑음이를 자폐를 가진 아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니, 요 녀석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자폐적 특성을 가진 것이기도 했다는 깨달음에 마음 한켠이 더더욱 씁쓸해졌다.
하지만 이번 검사에서 나의 목표는 명확했고, 맑음이 지인은 아이 자폐등록을 위해 기저귀까지 채워서 갔다 하니, 뭐 나는 거짓 없이 관점을 바꾸어 얘기했을 뿐이므로 양심의 가책은 없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한 거, 진짜로 장애등록이 되어서 아이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여전히 1:1 치료 수업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언어치료 2회, 감각통합치료 1회, 작업인지치료 1회, 놀이치료 1회.
복직을 한 후에도 내가 힘들어서 치료를 줄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축구도, 태권도도 다니고 있지만, 그건 다 내 퇴근 시간에 맞추려는 술책일 뿐, 아이가 즐기지는 않는다. 하원버스 타고 내리면 태권도 선생님이 픽업해 주시는, 그 매력 때문에 맑음이는 사실 참으로 버거운 태권도 학원을 그만두지 않고 버티고 있다.
지난달에는 '태권도는 5월까지만 다니고 그만둘 거야'라고 선포했지만,
이번 달도 하원버스 타고 싶은 마음에 또 한 달 더 등록했고(태권도 안 다니면 5시까지 유치원에서 있어야 한다고 했더니),
또 얼마 전 '태권도! 이제! 6월까지만 다니고 싶어!'라고 선포했으나,
이번 달 말일이 슬슬 다가오자 '태권도는 7월까지만 다니고 그만두자' 라며 한 달씩 유예 중이다.
엄마가 4시 55분 즈음에 태권도 창밖으로 보이지 않으면 세상 잃은 듯이 엉엉 우는 녀석이지만, 아직 태권도에서 '얘는 도저히 안될 거 같다' 하지 않았으니 꾸역꾸역 다니고는 있으나, 너는 얼마나 힘들까. 학교 가기 전 인맥을 만들기 위해 다닌다는 태권도가, 우리 아이에겐 많은 아이들 속에서 섬 같은 존재가 되는 곳이니, 너는 그곳이 얼마나 불편할까.
그럼에도 태권도 하원 후,
아이는 세상 밝은 모습으로 나와 언어치료 가는 차 안에서 '엄마에게 좋은 말만 해줄 거야.' '엄마랑 결혼할 거야' 등의 달콤한 사랑 고백을 해준다.
너는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인가,
너만의 빛깔은 또 얼마나 고운가.
오늘 읽었던 <시후엄마, 김혜민 경찰입니다>에서 나온 말처럼
'너는 항상 옳다'
그렇긴 하지만,
사회가 너를 옳다고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으니,
엄마는 엄마 자리에서 너를 보호하고,
너의 빛깔이 너의 빛깔대로 빛나더라도 '괜찮은'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