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휴식

나에게 올까.

by 메이

방학은 늘 기다려온 시간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고, 계획하고, 챙기고, 조금이라도 남는 시간을 쪼개 나 자신까지 돌보는 삶에서, 방학은 일종의 숨구멍 같다. 그런데 막상 방학이 시작되면, 그 숨구멍은 이상하게 더 바빠진다. 그동안 못 챙긴 두 아들의 병원 예약과 밀린 숙제,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할 일들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내고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어”라는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방학이 시작된 지 며칠 되지 않아, 나는 ‘쉬어야 하는 시간’ 속에서 점점 더 피곤해지는 나를 발견했다. 밤이 되면 오히려 머릿속이 더 분주해지고, 눈은 감겼지만 마음은 멈추지 않았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8일간 태국으로의 여행을 다녀왔다. 비행기와 숙소 사이를 옮겨다니고 기차로 국토를 횡단하며, 아이들이 생경한 국가에서 시야를 넓히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나름의 휴식을 기대했다. 하지만 여행 역시 목적지를 향한 또 다른 수행이 되었다. “이왕 왔으니”라는 말이 하루를 채우고, 지도는 길을 안내하는 동시에 나에게 움직일 것을 요구했다. ‘쉰다’는 것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남겼는지를 확인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나는 질문 하나에 멈춰 섰다.

진정한 휴식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휴식은 행동이 멈춘 순간이 아니라, 목적이 사라지는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여행도 계획도 엄마 역할도 교사 역할도, 심지어 ‘잘 쉬어야 한다’는 압박마저 내려놓는 순간. 그런데 어쩌면 그 순간은 나에게 조금 낯설다. 나는 오래도록 의미 있게 사는 연습은 했지만, 의미 없이 머무는 연습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다.


그렇다면 ‘나만을 위한 시간’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조금 더 어렵다. 나를 위한 시간은 흔히 소비되는 이미지—카페, 스파, 여행—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사실 그 본질은 훨씬 내밀하다. 나만을 위한 시간은 누군가를 위해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리고 무엇이 되었든 내 선택으로 채워지는 시간이다. 그 시간이 비어있을 수도 있고, 지루할 수도 있고, 아무 성과도 남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불안하고, 그래서 사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이에게도, 일에도, 세계에도 내가 조금 더 남아 있으려면, 그 시간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시간일지 모른다. 휴식은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과정이다. 계속해서 앞으로만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을 잠시 내려놓고, 다시 나에게로 방향을 틀어보는 일.


내게 진정한 휴식이 아직 오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그 휴식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방학이든 여행이든, 단지 조건이 갖춰진 시간이 아니라, ‘아무런 의도가 없는 나’가 잠시 머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이 온다고 해서 삶이 갑자기 가벼워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삶의 속도를 다시 선택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진정한 휴식은 멀리 있지 않다. 다만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은 배워야 하고, 배움에는 시간이 걸린다.

이번 방학의 남은 시간에는 진정한 쉼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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