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부장님에요
올해는 무슨 바람이 들어서 교직 16년 만에 첫 부장을 한다. 5살 터울 나는 아들 둘을 키우느라, 매년 담임을 고사하고 나에게 막중한 업무가 떨어질까 봐 덜덜 떨었던 나였다. 어느 순간 그렇게 사는 게 구차하게 느껴졌다. 내가 20년 차가 넘었는데도 학교 업무를 잘 모를까 봐. 신규 교사가 나에게 뭔가 물어봤는데, 20년 차가 넘은 내가 대답을 못할까 봐. 그게 두려워진 순간이 왔기 때문에 올해 자진해서 부장을 하겠다고 했다. 자폐증으로 장애 등록을 기다리고 있고 부지런히 치료센터를 다녀야 하는 예비초등 둘째가 있음에도, 사춘기가 올랑말랑하는 첫째가 있음에도, 게다가 나의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1도 없음에도, 갑자기 매년 12월쯤 나는 막중한 업무를 못한다고 10년째 배째고 있는 나 자신에게 넌덜머리가 나서, 그래서 뭐 죽기야 하겠냐며 내가 부장하겠노라고 큰맘 먹고 도전장을 던졌다. 그렇게 해서 고등학교 근무 16년 만에 첫 2학년 부장이 되었다.
오늘 낮에 교무실 청소를 하는데, 한양대에서 ADOS 결과가 나왔다고 문자가 왔다. 결과지를 보니 자폐스펙트럼도 아니고 자폐증이랜다. 지능은 69. 경계선도 아니고 지적장애다. 아, 지적장애를 동반한 자폐구나. 아이의 검사 당일 컨디션이 좋았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지금 내가 학교에서 부장이나 하면서 허둥대며 업무를 배우고 운영할 때가 아니라는 뜻인 것 같아 목장갑 끼고 서랍장을 닦던 나는 그 자리에서 펑펑 울고 말았다.
학교운영위원회에 심의안을 설명하느라 회의에 들어가 있는데, 내가 부장하겠다고 나섰던 그 결정을 격하게 후회한다. 하… 데니스 뇌르마르크의 『가짜노동』에서 나오는 ‘직원회의’. 와, 이거 진짜 가짜노동이네. 이거 뭐, 다 메신저로 빠르게 결정할 수 있는 거잖아. 애를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은 다가오고,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하다가, 신규 교사의 업무 질문에 대답 못 할 20년 차 교사가 되는 게 두려웠던 나를 원망하게 된다. 야!! 20년 차가 신규 교사 질문에 대답 못할 수도 있지. 뭐 그렇게 굉장히 유능한 교사가 되겠다고 애 하원 시간에 애를 못 데리러 가냐. 올 한 해 내내 동동거릴 나를 생각하니, 나의 그 감정적이었던 결정에 머리가 더더욱 지끈거린다.
오늘 저녁엔 첫째가 미용실에 혼자 가서 머리를 깎고 왔는데,
“엄마! 그 미용실 사장님은 정말 친절해. 나랑 대화도 많이 했어.”
그러길래 무슨 대화를 했냐고 물었더니, 우리 엄마는 고등학교 선생님이고 올해는 부장님이 되었다고 했단다.
너는 무슨 미용실 사장님한테 엄마 신상을 다 까고 있어!
라고 했지만, 첫째가 미용실 사장님에게 엄마가 부장님이 되었다고 말한 건 분명 자랑스러움이 바탕이었을 것이다.
학교에서 부장은 그냥 일 많이 하는 자리이지 좋을 것도 없어! 돈 더 주는 것도 아니야! 라고 말했지만, 아이의 그 마음에 또 눈물이 찔끔 났다.
그래, 나 올해 부장한다.
날 자랑스러워하는 첫째를 위해서.
네가 몹시도 자랑스러워할 엄마가 되기 위해서 해본다.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좀 더 스마트하게 업무를 하는 법을 배우는 수 밖에 없다.
빵꾸 없는 업무에 칼퇴하는 부장이 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