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의 고군분투
오늘은 둘째 맑음이를 데리고 또 30분 운전해서 달려야 하는 수요일이다.
운좋게도 첫째의 과학교실이 센터 바로 옆건물이라,
한번 갈때 고생스럽더라도 다 끝내자 싶어서 호기롭게 둘을 동시에 데리고 갔다.
스타킹과 원피스를 벗어던지고,
후드티와 스판 바지로 갈아입었다.
패딩도 필요없었다. 오늘은 극한추위는 아니었고, 나는 혼자 아이 둘을 건사해야 하는 날이면 항상 더웠다.
그렇게 30분 운전해서 첫째를 과학교실에, 둘째는 감각통합 수업에 데리고 갔다.
설 연휴 이후 유난히 소리를 빽빽 지르고, 나의 살을 꼬집는데 여념이 없는 23개월 된 우리 둘째.
사랑스럽고 귀여울 나이인데,
나는 이 아이만 보면 눈물이 먼저 나는걸까.
어쩐일로 오늘은 치료실로 잘 들어갔다.
그리고 어쩐일로 몇 번의 비명 외에는 크게 탈출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수업이 끝나고,
일은 상담때 벌어졌다.
상담실이 협소해서 둘째는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고
치료실은 바로 다음에 다른 치료수업이 있어서 그냥 밖에서 상담을 하고 있었다.
꼼꼼한 감각통합치료 선생님의 피드백을 듣고,
또 나도 그간 질문이 많아서 이것 저것 물어보고 있는데,
세면대에 관심이 폭발한 맑음이가 거기서 얼쩡거리는 것이 보였다.
예감은 안좋았지만, 일단 상담에 집중하고 싶어서
그리고 인포에 사람이 있다는걸 아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알려주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상담을 하고 있었다.
아...
그런데 왠걸...
상담이 끝나고나서 보니 아이는 양말까지 온 옷이 물에 다 젖어 있었고, 급기야 핸드워시까지 다 짜서 온 몸이 비누 투성이었다.
나는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니 폭발할 것 같았다.
이 아이의 행동에서
내가 낳은 이 아이의 이런 행동에서 첫번째로 화가 났고
두번째는 코 앞에서 있었던 인포 직원은 왜 아이를 제지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머리가 어지러웠고 두통약이 시급했지만 일단 이성적으로 행동하자. 아
이 몸의 비누를 처리하고, 윗옷을 벗겼다.
양말을 벗기고 잠바를 입히고, 그런 다음 첫째를 픽업하러 갔다.
마스크까지 다 젖은 통에,
아이를 엘레베이터에 태우지 못하고 계단으로 걸어 내려갔다가 옆건물로 다시 계단으로 올라가 첫째의 과학교실에 도착.
그런데 첫째 수업이 안끝났다!
둘째는 또 소리를 빽빽 지르기 시작했고,
나는 이 아이를 안고 다시 계단으로 가서 앉혀서 간식을 먹였다.
그러고는 펑펑 울어버렸다.
어제 상담에서 분명히 괜찮다고 해놓고서는
또 이렇게 속이 상해 버렸다.
돌 즈음에는 내 살을 그렇게 물더니
이제는 꼬집는 아이를 보며
너는 괜찮을까. 그리고 나는 괜찮을까.
우리는 괜찮은 삶을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괜시리 걱정이 됐다.
너는 너의 속도로 크겠지.
하지만 마음속에 드는 이 아이의 상태에 대한 걱정과 의심으로 마음이 매우 무거워졌다.
첫째는 해맑게 수업을 마치고 나왔다.
그러고는 과학 수업 때 이야기, 유치원에서의 이야기를 차에서 조잘조잘 해댔다.
내가 지금 둘째에 대해 드는 복자한 마음이, 첫째가 둘째 요맘 때 쯤 들었던 마음과 같았지.
그땐 정말 말도 못하게 힘들었는데, 또 도돌이표가 될줄은 몰랐네.
집에서는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었다.
나는 또 나를 쫓아다니며 꼬집어 대는 둘째에 맞서 애써 평정심을 찾으려고 또 애썼다.
돌봄 선생님이 오셨고, 아주 크게는 아니지만 어쨌든 나의 노고를 좀 덜어주셨다.
아이를 재우고 나는 다시 컴퓨터에 앉아 내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잠들기전에 또 기록한다.
나중에는 이 기록도 다 추억이 될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