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힘든 일은 동시에 오는가

둘째의 aba 상담과 첫째의 학생정서 행동특서검사 결과..

by 메이

이번주는 학교 수업을 교환해가며 둘째의 aba 상담을 다녀왔다.


평소 계속 미심쩍어했던 감각통합치료와,

새롭게 추가했지만 몇 회기 내내 울기만 했던 놀이 치료 수업에서

도대체 한시간 걸려서 왕복하는데

여기서 뭘하고 있는가, 아니 이게, 무슨 효과가 있기라도 한가에 대해 회의가 들때 쯤

aba 초기 상담 연락이 왔다.


다행히 aba 선생님께서는 맑음이가 자폐는 아닌 것 같다고 하셨다. 다만 아이가 발달 지연인 것은 확실하고, 주의력이 굉장히 짧다고 하셨다. 그래서 말을 못배우는 것도 크다고...

적어도 치료 시기를 일주일에 3회, 1년 이상으로 잡으셨다.

돈도 돈이지만 또 왕복을 일주일에 3번이나 할 생각을 하니 아찔해졌다.



오늘은 어째 학교 일정이 일찍 끝나서 둘째를 좀 빨리 찾았다.

둘째를 하원시키면서 신호대기 중

한눈에 봐도 자폐이거나 정신 지체일 것 같은 20대 청년과 50대가 넘어 보이는 그의 엄마가 손을 잡고 횡단보도에 서있는 모습을 보았다. 20대 청년인 아들은 머리를 요래 조래 돌려가며 부자연 스럽게 서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또 눈물이 핑 돌았다. 어머니, 얼마나 고생이 많으실까. 아니, 저 나이때 쯤 되면 이제 익숙하시려나. 혹은 그 모습이 나의 미래 모습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해 온 걸지도 모르겠다.


둘째와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데 우편함에 첫째의 학생정서 행동특성검사 결과문이 와있다.

달려가는 둘쨰 뒤를 쫓으며 급히 뜯어 봤는데,

우선 관심군이라고 한다.

학습/사회성 부진, 집중력 부진이 상당히 높음으로 나와 있었다.

전문적인 기관가서 심층평가를 받아보라고 적혀있기도 했다.

이미 전문기관은 숱하게 갔고, 지금도 치료 중인데 새삼스레 눈물이 또 났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나보다.


이래나 저래나 오늘은 금요일인데 아빠가 없다.

나는 썩어 문들어져가는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두 아이를 씻기고 두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준비해서 밥을 먹이고

책을 읽어주려고 시도를 하다가 실패하기도 하고

끊임없이 밖으로 나가고 싶은 둘째와 집에서 종이접기만 하고 싶은 첫째의 가운데에서 갈등하다가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꼬드겨서 둘을 데리고 나갔다.

둘이 달리는 방향은 반대였다.

가운데 우두커니 서서 또 그냥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나에게 자식이 없었다면

나에게는 얼마나 큰 날개가 있었을까.

나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8시에는 방문미술 선생님이 오셨다.

무슨 일인지 너무나 피곤해하던 둘째는 그 사이에 30분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고

9시에 수업이 끝난 첫째는 피곤한 얼굴로 자고 싶다고 했다.



"엄마가 오랜만에 책 읽어 줄게."

둘째 태어나기 전에는 매일 5권씩 읽어줬는데,

요즘은 그러기가 참 힘들다.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 몇권을 보여주자 아이는 우스꽝스러운 제목의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간만의 잠자리 독서를 하면서 깔깔깔 웃는 첫째를 꼭 안고

"엄마가 세상이한테 화를 많이 내는데도 세상이는 엄마가 좋아?"

라고 문득 물었다.

아이는 "엄마가 제일 좋아!! 근데 엄마가 7777번만 더 화내면 엄마는 2위가 돼"

"엄마가 2위가 되면 1위는 누가 되는거야?"

"1위는 아무도 없어. 엄마가 2위가 되면 1위는 비어 있는거야" 라고 얘기한다.


너에게 엄마는 그런 사람인데,

말 못하는 둘째에게도 그렇겠지.

너의 우주겠지.


그 우주가 이렇게 우울하고 좁은 우주라서 무한으로 미안하다.

아직도 "나는 언제 나 답게 살 수 있을까"를 꿈꾸는 우주라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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