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정말 슬펐다.

by 메이

내 생일이었던 어제,

출근하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던 무심한 우리 둘째를 보며 씁쓸하게 집을 나섰고,

퇴근길에는 오늘 아이와 감각 통합 수업에 가기 전에 놀이터에도 갔다가 간식도 사먹고 해야지 하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반갑게 나를 맞는 아이를 보며 나도 아이를 꼭 안아주었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이는 또 미친듯이 밖으로 돌진해버렸다.

우리 동에서 끝 동까지 전력질주로

또 그 망할놈의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달려갔고,

내가 애타게 부르는 소리는 귓등으로도 안들리는 듯 했다.


나는 노트북에 아이패드에 아이 어린이집 가방에 내 가방까지 양 어깨에 짐을 짊어지고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가

“아이구, 아이 혼자 뛰어가는데 엄마는 멍하게 있네”라고 말하시는 지나가는 할머니의 말씀에 번뜩 정신이 들어

아이를 향해 달렸다.


아이는 끝끝내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까지 갔다.

그리고 기어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야 말았다.

“그래, 한번만 타고 집에 가는거야~”

그렇게 얘기해도 아이는 이해하지 못하겠지.

그냥 무한 반복이었다.

나는 양 어깨에 들고 있는 무거운 짐에,

그리고 오늘은 내 생일이라는 사실에

그만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아이를 들쳐 안았다.

난리를 치는 아이를 더 세게 들쳐 안았다.

마스크 너머로 나오는 욕을 아이는 고스란히 들었다.


그리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아이는 두번이나 계단 밑으로 떨어지지만

나는 놀라지도, 아이를 안아주지도 않았다.

미안해, 하지만 엄마도 사람이야. 나는 지금 너무 화가나.



그렇게 감각통합수업시간이 다가와서 아이를 부랴부랴 차에 태우고 치료실로 출발했다.

나는 차에서 엉엉 울어버렸지만

동요를 틀어주고 애써 우는 소리를 숨겼다.

차는 왜 또 이렇게 막히는거야.

아이는 찍소리 내지 않고 앉아있었다.

나는 뭐라고 말을 걸 힘도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반응 없을 거니까.




감각통합 선생님께서는 치료를 늘여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화요일에 놀이치료를 하나 더하기로 했다.

치료가 능사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적어도 노력은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와 집으로 돌아왔고, 첫째와 남편이 꽃과 케잌을 사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비로소 나는 숨통이 조금 트였지만, 괴로운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다 잠든 다음 남편에게 얘기했다.


남편, 맑음이는 아무래도 지금 세브란스 가면 중증 자폐 진단이 나올 것 같아.

너무 무섭고 걱정돼.

두돌때 쯤엔 그래도 엄마 정도는 하겠지 했는데 계속 무발화일것 같아.

맑음이를 보고 있으면 내 인생 망한거 같아. 나는 더 잘 살고 싶었는데…


그러자 남편은 본인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이미 우리 인생 망했다고.

지금와서 하는 얘기지만 둘째를 굳이 낳았어야 했냐고,

둘째가 잘 안생겨서 난임병원도 다니고 해서 힘들게 가진 둘째였지만,

우리는 하나로도 충분히 힘들었는데, 왜 그렇게 까지 했을까 후회된다고…


그 얘기를 듣자 세상이 아래로 쿵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나 혼자 둘째를 미워하고 내 인생을 저주했지만,

아빠만큼은, 적어도 둘째가 쏙 빼닮은 아빠만큼은 그래도 힘내보자라고 얘기해주길 기대했는데

남편도 나와 똑같은 마음이었다.


지난 주말 결혼식에 갔다가 돌 갓지난 아가도 빠빠이 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눈물훔치는 걸 보며

남편은 나에게 비교하지 말라고 했다. 그냥 맑음이는 맑음이 속도로 크고 있다고.


하지만 남편도 속마음은 나와 같았다.

나는 그 사실에

둘째가 너무나 불쌍해졌다.

부모조차 너를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도대체 어디서 사랑받을 수 있을까.


책임감 하나로 버텨왔는데

현실은 눈물겨웠다.


아직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심각한 감각추구에, 통제가 전혀 되지 않는 너를 보며

너의 1년 후는 어떨까,

너의 5년 후는 어떨까,

그리고 나의 1년 후는, 그리고 5년 후는 어떨까

자꾸만 어두운 그림이 그려지는데

이걸 이겨낼 방법은 우울증 약 밖에 없는 건지, 그게 궁금하다.



자폐아이를 키우는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아이가 몇개월 전보다 지금 무엇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라.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하지 마라.

내 아이의 행복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어라.

엄마가 너무 힘들면 우울증 약 먹어도 괜찮다.

등의 조언을 한다.


머리로는 알겠지만 마음은 아직 멀었다.

지금 나는 어떤 말도 위로가 안되고 그저 괴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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