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최근 영어 원서로 소설을 읽다가 눈이 너무 아파서 더는 못 읽을 것 같은 지점에 이르렀다.
아, 이런 게 노안인가,
아니면 안구건조증이 너무 심해진가.
그것도 아니면 영어가 잘 안읽히는 것인가?
나는 영어 교사로 살면서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었지만(특히 타 과목과 비교해서 업무 강도나 부담감 때문에)
그래도 내 과목의 쓰임이 훌륭하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수록 전과를 하거나 명퇴를 하는 선배 선생님들이 많았고
정말 영어라는 과목은 나이가 들수록 가르치기 힘든 과목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성 넘치는 최근 경력이 많으신 선생님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생기면서
그런 것도 통념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하는 일이니까 저절로 잘 되겠지가 아니라,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점차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가면
나이가 무슨 소용이랴
그리고 영어과라고 할머니 선생님을 허락하지 못할 이유가 뭐냐.
우리 학교에는 내년에 정년퇴임을 앞두고도 문학 수업을 하시고 심화 연수를 신청하신 선생님도 계신다.
이런저런 사례를 통해 영어교사는 나이가 많아도 괜찮은 직업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또 남의 입을 빌려 말하는 자존감 낮은 자의 변명이고,
그냥 담백하게 말하자면 사실 나는 영어가 좋다.
솔직히 어렵기도 하지만, 영어를 잘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매일 조금씩 더 공부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역량을 더 펼쳐나가고 싶다.
나이와는 무관하게 말이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것은,
20대 때의 대책 없는 열정은 많이 사그러 들었지만
내가 챙겨야 할 것은 근거 있는 열정과 건강이라는 사실이다.
midnight library를 원서로 읽고 싶지만 눈이 아프다든가,
어디 해외 연수를 가서 이것저것 둘러보고 싶은데 무릎이 아프다든가
그런 일이 최대한 적도록, 지금부터 건강 관리를 잘할 것.
그리고, 여태까지 해온 일들을 바탕으로 근거 있는 열정을 가질 것.
그게 나에 대한, 내 직업에 대한, 나의 정체성에 대한 책임감이다.
그렇게 조금씩 가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진 중년의 교사가 아니라, 젊을 때 보다 더 멋짐이 폭발할 것 같은 나를 발견할 수 있겠지.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도, 각자의 속도로 분명 조금씩 성장하고 있고,
6개월 전 전혀 못했던 일을 오늘 하기도 하고,
때로는 놀라운 말을 하기도 한다.
당장 어제보다 나아지지 않아서
성격 급한 엄마가 발을 동동 굴릴 때도 있지만,
아이들도 어제보다는 분명 티끌만큼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몇 개월 전의 너보다 더 성장한 모습으로 나타나 엄마를 놀라게 하겠지.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성장하자.
엄마는 스스로 성장해나갈게
너희도 엄마의 도움과 함께 멋지게 성장해 나갈 거라 믿어.
우리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