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서 그런 거겠지

너도 나도, 우리 모두 그렇게 지쳐 있어.

by 메이

생각해보면 내 그릇은

아이를 하나 키우기도 벅찬 사람인데

어쩌다 아들 둘을

그것도 느린 아들 둘을 낳고

게다가 육아에 도움이 안되는 남편에

게다가 양가 어른들이 멀리 계시는 악조건에 있다.


나는 일 욕심도 많고

성취를 하면서 기쁨을 얻는 사람인데,

물론 육아를 통해 그걸 이루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집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낀 것은

육아를 통해 이런 저런 일을 하는 사람들도 다 애들이 받쳐주니까 그런거다 라는 결론이다.


여름 휴가 겸 혹은 대신 다녀온 친정에서 아이 둘 데리고 내가 고군분투를 하는 동안

남편은 회사에서 지하철이 끊길 시간 까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토요일 새벽에 기차를 타고 내려와 그 다음날 편하게 쿨쿨 잤다.


그러고는 일요일 까지 출근한 그에게

나는 폭발해버렸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 대해 전혀 관심없어보이는 그의 가족에게도 내가 얼마나 서운한지를 토로했다.


그는 입을 닫았다.

그러고는 자러 가겠다고 했다.


자주 있던 일이다.

자겠다는 그를 더 깨워 싸워본들 아무 득이 없었다.

나는 또 혼자 "그래.. 내가 말이 심하긴 했어.."라며 분을 삭히게 되었다.

그러고는, 이게 가스라이팅인가 싶었다.





하지만 분명 그도 지쳤을 것이다.

지옥철에서 1시간 반을 서서 가서는 쉴새 없이 일하고

또 1시간 반을 서서 돌아온다.


나는 출근이 대체로 즐겁다.

출근길은 자차 10분거리이고

내가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며 신나게 출근한다.



우리집이 내 직장 근처에 있기 때문에 내 출근이 즐거울 수 있고,

나는 심지어 방학이 있는 직업이고, (물론 휴가는 없지만)

아이들과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다.

그렇지만 터울 큰 두 아이를 두고 퇴근 후 치료를 다니며 아이를 케어한다는 것은 분명 혼자 해내기엔 힘든 일이다.


그나마 친하게 지내던 윗층도 이사를 나갔다.

돌봄선생님도 그만두셨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남편은

그런 나에게 고생한다는 말을 매우 아낀다.

왜냐면 그도 고생하고 있어서

그정도의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없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에게 그 말을 아끼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나도 하루에 몇번이나 눈물을 시도 때도 없이 흘리며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지만

그리고 때로는 다 포기하고 싶을때도 있지만

그래도 내 그릇이 간장종지만하지 않다는 것을 내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혹은 원래는 간장종지만했더라해도 느린 아이키우는 엄마로서 그 그릇을 키워야 하기에

나도 쓰러져 울고 싶은 하루였지만

우리는 또 이렇게 하루를 잘 살아냈다며

그에게도 참 수고했다는 말을 아끼지 않도록 해야겠다.



너무 복잡하게 감정을 생각하지 말자.

그냥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으니까

그 기조대로 가는거다.




기록적인 폭우 속에

누구는 집이 무너지고 누구는 다치고 심지어 죽기도 하는데

나는 그 빗속에 고작 아이 치료를 가야 했다는 이유로 투덜거렸던 것을 반성하자.

내가 그정도의 빗길에도 운전할 능력이 되고

내 차가 그정도 비도 잘 버텨냈고

아이가 치료 수업을 잘 받은 후 무사히 집에 귀가 했으니

사실은 참 좋은 일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긍정의 마음 그릇을 넓혀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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