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레이스입니다.
세브란스에서 첫째가 완전 멀쩡하다는 얘기를 듣고 들떠 있었지만
그래도 전문의를 한명 더 만나고 싶어서
첫째가 짝치료 수업을 받고 있던 소아정신과 원장님을 오랜만에 찾았다.
원장님께서는 첫째와 단독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신 후 나를 불렀다.
둘째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둘째를 데리고 들어갔다.
원장님께서는 첫째는 물론 이런 저런 어려움이 있을수는 있겠지만 짝치료는 종결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마음속으로 뛸듯 기뻤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원장님은 첫째는 그냥저냥 괜찮은데, 둘째를 상담 내내 찬찬히 보시더니
첫째와 양상이 다르고, 분명 자폐스펙트럼 범주에 들어가는 것 처럼 보이니
치료를 장기 레이스라고 생각하고 지치지 않도록 마음을 잘 잡으라고 하셨다.
특수교육대상자 신청도 하고 통합 어린이집으로 바꾸라고 하셨다.
아,
하나가 끝나니 또 다른게 오는 구나.
둘째는 이제 30개월,
알아듣는 말은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눈맞춤이 약하다.
집중력은 초단위다.
고집이 강하다.
시각추구, 감각추구가 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전문의의 얘기를 듣고나니 심장이 덜컹 했다.
다음달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여러 생각이 있었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은 너무 좋은 일이지만, (6년만의 전세 생활 청산이다.)
첫째 학교 문제와 둘째 치료센터가 너무 멀다는 것이었다.
남편에게 오늘 의사선생님을 만난 얘기를 했고,
아무래도 그 아파트엔 입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아무래도 치료센터 근처로 이사를 가는게 맞는 것 같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다.
우리는 드디어 전세 탈출이라는 마음에 살짝 들떠 있었지만
우선 순위를 생각하고
새 아파트에 입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삿날까지 정해놓은 상태였는데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나는 장기레이스에 대비해야 한다.
지치지 않기 위해,
이동시간을 최소화 하는게 나에게는 전세살이를 피하는 것 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런 결정을 한 후,
마음은 무겁기도 가볍기도
씁쓸하고 웃음이 나기도 눈물이 나기도
복합적이었다.
나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치료에 매진할 생각에 살짝 두려움이 앞섰지만
그 또한 나의 필살기인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잘 해내리라.
그러다 지치면 한주 정도 쉬어가도 되고,
그래도 지치면 남편한테 부탁해도 되고
가끔은 친정엄마가 와주시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친구만나러 가버리기도 하고
가끔은 호캉스도 가고
그러면서
대단한거 아니더라도,
그렇게 또 하루하루
힘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