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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Sep 28. 2022

아이가 아플 때

그리고 치료를 못 갈 때

둘째는 금요일부터 열이 났다.

토요일에 남편은 골프를 또 치러 갔고

아픈 둘째를 데리고, 그리고 얼굴을 다친 첫째를 데리고 병원을 오가며

그 날씨 좋았던 가을날, 어지간히도 애를 썼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밥을 먹으러 가는데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이렇게 대낮에 오는 어린이집 전화는 항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열이 난다는 전화였다.

38.5도라고 한다.

지금 데리고 가는 게 좋겠다고 한다.


교권침해 사안으로 난리통인 학생부 교무실을 뒤로한 채 부장님께 말씀을 드리고 학교를 나왔다.

아이는 잠들었다가 내가 오는 바람에 잠이 깼다.

다시 집에 데리고 가서 해열제를 먹이고 다시 재웠더니 금방 잠이 들었다.


오늘은 ABA 수업이 있는 날인데 갈 수가 없었다.

사실 지난 토요일에도 열이 나지만 코로나는 아니라서 언어치료를 데리고 갔을 때도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오늘은 ABA 병행수업이라 더더욱 아쉬웠다.

아이가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나서 괜찮아지면 데리고 가야지 하는 마음도 욕심이었다.

3시에 수업 시작이지만

아이는 지금도 자고 있고,

학교에서 한창 업무를 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잠이 든 아가를 지켜보게 된 나는

냉장고에서 숙제 같았던 썩어가고 있던 음식들이나 탈탈 비웠다.






느린 아이를 키우면서,

건강하다는 사실의 고마움을 잊고 있었다.

아이가 몸이 아프지 않아서 언어 치료니 감통 치료를 잘 다닐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몸이 아프지 않아서 산책도 다니고 할 수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었다.


아이가 오늘 푹 자고 일어나

항상 그랬든, 건강하게 툴툴 털고 일어나

내일부터는 일상으로의 회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다면, 느리지만 신체는 건강한 둘째를 키우는 것을 더욱 감사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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